"시속 50㎞ 경전선 '느림보' 철도구간 반드시 바꾸겠습니다"
전남도, 목포-부산 388㎞ 6시간 30분 열차 타기 체험행사
김영록 지사, 광주-순천 전철화 사업추진 '박차'
(목포=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느림보 거북이보다 더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느리게 가는 철도를 이제나마 바꾼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27일 오전 9시 30분께 전남 목포역을 출발한 무궁화 1954호 열차에 탑승한 정인철(57)씨는 열차가 광주송정역을 지나 순천방면 구간에 들어서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목포-광주 구간을 시속 100㎞ 가까이 달리던 열차는 광주-순천 구간에 들어서자 시속 50~60㎞에서 더는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기찻길을 직선화하지 못하고 일본강점기 때 놓은 구불구불한 노선 그대로 지금까지 수십 년을 내버려 둔 탓이다.
이 때문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388㎞ 구간 중 광주-순천 구간은 전철화가 되지 않은 유일한 구간으로 남아 있다.
이날 목포역을 출발한 무궁화 열차도 광주까지 70㎞ 거리를 50분 만에 도착했지만 100㎞ 거리의 광주-순천 구간은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느림보 구간 때문에 목포-부산 열차 소요시간이 무려 6시간 30분이 걸린다. 오전 9시 30분에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부산 부전역에 도착하면 오후 4시가 돼버린다.
정씨는 "관광열차도 아닌 일반 열차가 이런 식으로 아직 운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전국 어디에도 이런 철도는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경전선 느림보 구간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이 조만간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지역민 사이에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 구간을 개선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경제성이 작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하지만 민선 7기 출범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경전선 느림보 철도 구간 개선사업을 '지역 핵심 SOC 사업'으로 정하고 자신의 브랜드시책 1호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 사업의 주요 인프라로 정해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김 지사와 전남도의 끈질긴 노력으로 올해 1월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정이 내려졌고 느림보 철도 전철화 사업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오는 9월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느림보 철도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으로 전남도는 기대하고 있다.
전남도의 이날 경전선 무궁화 열차 체험행사도 느림보 철도 전철화 사업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김 지사의 지시로 마련했다.
도민 170여명과 함께 무궁화호에 탑승한 김영록 지사는 '열차 토크 콘서트'에서 "경전선 느림보 구간은 호남 낙후의 상징처럼 지금까지 남아 있고 지역민 가슴 속에도 상처처럼 새겨져 있으며 더는 이곳을 그대로 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오늘 행사를 통해 전철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반드시 사업을 성공시켜 전남 발전은 물론 영호남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프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행사는 순천을 거쳐 부전역에 도착해 부산시와 교류행사를 한 후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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