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앞둔 조경수 수백 그루에 압류 스프레이…"국가가 배상"

입력 2019-04-27 10:55
경매 앞둔 조경수 수백 그루에 압류 스프레이…"국가가 배상"

법원 "조경수 가치 상실…끈 단단히 묶어 압류표시 했으면 될 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법원 집행관이 경매를 앞둔 조경수 수백 그루에 빨간 스프레이를 뿌려 압류 표시를 하는 바람에 국가가 피해를 물어주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김동진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A씨에게 2억9천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정모씨에게서 땅을 빌려 조경수 도·소매업을 운영하다가 2015년 정씨로부터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당했다.

정씨는 한 차례 화해 권고 결정이 이뤄졌는데도 A씨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자 지난해 A씨가 키우는 조경수에 압류를 신청했다.

법원 소속 집행관은 A씨가 키운 조경수를 압류하면서 그 표시로 빨강 유성 스프레이를 나무줄기 중간에 뿌려놨다. A씨가 키운 933주의 수목 중 474주에 '스프레이 딱지'가 붙었다.

A씨는 압류 스프레이 때문에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압류 집행관의 실수를 인정하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당 수목에 대해서는 경매가 예정돼 있었고, 압류 장소가 조경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화원인 점 등을 보면 집행관으로서는 이들 수목이 조경수로서의 재산적 가치를 가진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집행관은 유성 스프레이를 뿌려 조경수로서의 가치를 상실케 했다"며 감정인이 평가한 2억9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는 소송에서 정씨가 압류 대상 수목을 끈으로 묶어 표시해뒀지만 그 끈이 대부분 제거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연적으로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끈을 단단히 묶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스프레이 사용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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