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극한대치' 이틀째…재충돌 우려 속 주말 '분수령'(종합2보)
민주, 나경원 등 18명 고발, 한국 문의장 등 맞고발…고소·고발전 비화
바른미래 오후 5시부터 의총…김관영 "조금 더 소통하겠다" 사과
평화 "한국당 초법과 탈법 자행"…정의 "한국당은 '자해당'"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슬기 기자 =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은 26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이틀째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25일 오후부터 26일 새벽까지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사법개혁특위 소집을 놓고 밤샘 몸싸움을 이어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날 종일 의원총회 등을 열고 전의를 다졌다.
민주당은 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18명의 의원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한편 검찰에 고소하는 등 양측의 고소·고발전에도 불이 붙는 양상이다.
패스트트랙 국면을 고리로 여야가 20대 국회 후반기 입법 주도권을 놓고 한치도 물러섬 없이 맞붙는 양상이지만, 정치권에선 당장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물리력을 동원한 격렬한 물리적 대치를 이어가기보다는 주말을 넘기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개특위 사보임 사태로 내분이 극에 달한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사실상 파행 수순을 밟음에 따라, 여야4당이 완전체 패스트트랙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숨고르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이날 종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두 차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한국당의 국회 회의장 점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초선·중진 간담회도 열렸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 한국당에 의해 발생했다"며 "국회 역사상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런 범법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반드시 위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폭력사태에 대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고발조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실제 이날 오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주영 국회부의장 등 18명의 의원들을 국회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 고발했다. 채증 결과를 토대로 추가 고발도 이어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후 의원총회에선 의원들을 상임위별로 4개 조로 편성하며 주말 대기령도 내렸다.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의총에서 "토요일, 일요일은 부득이하게 비상대기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주말에는 반나절씩 4개조로 의원들을 편성해 이 자리에서 비상대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한국당을 폭력사태의 유발자로 지목, 강하게 비판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이 무리하고 있다. 초법과 탈법을 하고 있다"며 "국회 선진화법 이후 7년간 국회에서 몸싸움이 사라졌는데, 다시 익숙한 장면이 돌아왔다"며 한국당을 겨냥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비상원내대책회의에서 "독재자의 본령이자 후예들이 독재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자들이 헌법수호를 외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오늘부터 자유한국당을 자율적으로 해산할 '자해당', '자해공갈당'이라 선언한다"며 한국당 의원·보좌진에 대한 고발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오전 8시 국회 본청 701호 의안과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폭력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어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을 온몸으로 했다"며 "의회 쿠데타다. 좌파독재 장기집권 플랜을 저지하고, 모든 수단을 통해 온몸으로 저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이날 새벽 민주당이 사개특위를 기습 개최하는 과정에서 속칭 '빠루'로 불리는 노루발못뽑이 등 연장이 등장한 것을 부각시키며 여론 환기에도 나섰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신성한 국회의사당 곳곳이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대한민국 헌법 수호세력과 헌법을 파괴하려고 하는 자들과의 전쟁"이라며 "어제 민주당과 이중대·삼중대 세력들은 빠루와 도끼, 망치를 앞세워 국회의사당과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부숴버렸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또 자신의 양 볼을 만진 문희상 국회의장을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에 대한 국회 윤리위 제소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날 사개특위 위원 2명을 잇달아 사보임하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극에 달한 바른미래당 내홍 역시 한층 깊어질 조짐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사보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의총 소집을 요구한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만 참석하는 '반쪽' 의총에 그칠 전망이어서 갈등의 골만 키우는 상황이다.
바른정당계는 그간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절차 등을 무제삼아 손학규 대표와 김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요구해 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의원들에게 개인입장을 전달하고 "누구보다 사법개혁의 의지를 갖고 일해오신 두 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 좀 더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사보임 과정에 대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선 일정한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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