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대 사망' 베이비시터에 징역 17년…법원, 엄벌의지

입력 2019-04-26 10:51
'아이 학대 사망' 베이비시터에 징역 17년…법원, 엄벌의지

양형기준 넘겨 이례적 중형 선고…"다시는 참혹한 사건 벌어지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맡아 기르던 아이를 굶기고 때려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베이비시터(위탁모)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아동학대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양형 권고 기준을 넘겨 무거운 처벌수위를 정했다.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학대행위와 방치로 소중한 아이의 생명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계속해 스스로 잘못 진심 반성하는지 의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죄질은 극히 불량하고 피고인은 아직 보호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법원은 징역 17년으로 형량을 정한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양형기준은 학대 정도가 중해도 징역 6∼10년에 해당하지만 이는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며 "법관에게 부여된 양형 권한은 국민에게서 온 것이고 국민의 법감정과 유리될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작년 10월 15개월된 여자아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12월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 아동을 엎드리게 하고 손과 발로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피해 아동에게 열흘간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폭행으로 경련 증세를 일으키는데도 32시간 동안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병원 도착 당시 뇌 기능이 80% 정도 손실된 상태였다. 이 아동은 병원에 도착한 지 20일 만에 숨졌다. 사망원인은 '미만성 축삭손상'(광범위 뇌신경 손상)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인터넷에 '고열, 의식, 팔 경직' 등을 검색한 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최대 5명을 동시에 위탁 보육하면서 다른 아동도 학대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18개월짜리 남아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밑으로 밀어 넣어 화상을 입힌 혐의, 6개월된 여자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욕조에 빠뜨린 혐의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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