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진통 끝 정관개정…원장은 새 정관으로 선출위서 뽑기로

입력 2019-04-25 18:28
국기원 진통 끝 정관개정…원장은 새 정관으로 선출위서 뽑기로

70인 이상으로 별도 위원회 구성해 원장 선출…이사추천위도 신설

김성태·최영렬 신규이사 선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태권도계의 거센 개혁요구에 직면한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이 진통 끝에 새 정관을 승인했다. 원장은 새 정관에 따라 꾸려질 원장선출위원회에서 뽑는다.

국기원은 25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의 제2 강의실에서 2019년도 제3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관개정에 관한 안건을 심의해 원장선출위원회와 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새 정관을 승인했다.

새 정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임원 선임의 대표성 및 구성의 다양성, 과정의 공정성 등을 반영한 대목이다.

우선 국기원장은 선거인단 성격의 원장선출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뽑도록 했다.

기존 정관에서 원장은 이사 중에서 이사회 동의를 얻어 이사장이 임면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 원장 선임에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들의 영향력이 크게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새 정관에서 원장은 70인 이상으로 원장선출위를 꾸려 과반수 참석 및 참석위원 과반수 득표로 공모 지원자 중 1인을 뽑아 이사회 및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총 10명으로 이사추천위원회도 구성한다.

그동안 국기원 이사는 이사장이 원장과 협의해 전형위원회를 구성해서 이사회에 추천하고 재적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했다.

국기원 이사추천위에는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 단체는 물론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체육기자연맹이 추천하는 인사와 국기원 승품단 심사 추천 공헌도가 높은 국내외 사범도 포함된다.



이사추천위에서 2배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재적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한다.

국기원 관계자는 "이사직을 유지한 상태로는 원장 공모에 지원할 수 없도록 별도 세부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국기원이 기득권을 많이 내려놓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사 정수는 현재 '25인 이내'에서 '20인 이상 30인 이내'로 조정했다.

결원이 생길 시에 추가로 이사 선임을 하지 않아 소수의 이사진이 국기원 운영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 이사 수를 규정으로 못 박았다.

이밖에도 임원 결격 사유를 강화하고 국기원 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경영공시를 해야 한다는 조항도 정관에 넣었다.

새 정관은 문체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국기원으로서는 지난해 9월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정관개정 작업을 시작한 지 약 7개월 만이자 두 번째로 새 정관을 통과시켰다.

국기원은 현재 원장과 사무총장이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되고 대행체제를 가동하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현 사태에 책임이 큰 국기원 이사회는 조직 안팎으로 개혁요구가 거세지자 지난해 말까지 정상화 방안을 지난해 내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관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뒤 지난 1월 문체부 장관에게 인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관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자 국기원은 1월 말 국기원 정상화 로드맵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공청회, 발전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정관개정이 확정되면 3∼4월 중에 신규이사를 선임하는 동시에 원장후보선출위를 통해 원장 선출 절차에 착수,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정관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까지 연 뒤 지난달 임시이사회를 열었으나 정작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아울러 발전위원회의 활동을 보류하고 정관개정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구성하기로 해 시간 끌기라는 비난을 받았다가 이번에 결국 새 정관을 승인했다.

한편 이번 3차 임시이사회에서는 정관개정에 앞서 김성태(71) 전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과 최영렬(71) 전 경희대 체육대학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아울러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김영태, 홍일화 이사에 대한 연임 건도 심의했다. 홍일화 이사는 찬반 투표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으나 원장직무대행을 맡아온 김영태 이사는 연임에 실패했다.

역시 7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홍성천 이사장은 이사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원장 선출 건도 다룰 예정이었으나 홍 이사장이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안건을 폐기하고 대신 최영렬 신임이사에게 원장직무대행을 맡겼다.

이날 이사회 회의는 점심시간을 포함해 약 4시간 45분가량 이어졌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다 마지막 안건인 정관개정안을 다룰 때는 취재진에 공개했다.

회의 시작 전부터 일부 태권도시민단체 관계자와 태권도 지도자 등이 국기원 내부로 진입하려다가 국기원 관계자 및 보안요원들에게 제지당하자 마찰을 빚기도 했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