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래 위의 성?…땅 꺼짐 공포 확산 '명지국제신도시'

입력 2019-04-25 11:38
[르포] 모래 위의 성?…땅 꺼짐 공포 확산 '명지국제신도시'

곳곳이 울퉁불퉁…불안한 주민, 집값 하락할까 전전긍긍

책임소재 불분명…땜질 처방 뒤 더 큰 침하 발생이 문제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폭 15m, 깊이 1.6m가 폭삭 내려앉은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옆 도로.

지난 24일 부산 강서구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여 땅 꺼짐 원인과 복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인근을 지나던 한 아파트 주민 김모(38)씨는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까 봐 주민들이 쉬쉬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신도시 곳곳 건물 주변으로 땅이 내려앉은 부분이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지국제신도시 곳곳에서 계속되는 땅 꺼짐 현상으로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명지 신도시 곳곳을 둘러보았다.

평평했던 도로 곳곳이 침하해 울퉁불퉁해진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명지 신도시 침하 원인으로 연약지반과 지하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공사의 무리한 터파기 공사 등을 꼽았다.

명지 신도시에 만난 한 토목 전문가는 "명지국제신도시는 모래층과 점토층 하부모래층으로 구성된 연약지반"이라며 "기본적으로 건축물 옆으로 미세한 침하는 발생하지만 이번 대규모 침하는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 10m 이상을 굴착하는 신축건물 공사는 2018년 1월부터 지하수 변화, 지반·지질 현황 등을 평가하는 지하 안전영향평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명지국제신도시 대부분 건물은 법 시행 이전에 착공됐기 때문에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침하 공통점은 재포장하거나 틈새를 메우는 땜질 처방 이후 더 큰 침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대규모 땅 꺼짐이 발생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옆 도로도 지난해 11월 폭 5m 규모로 지반침하가 발생해 국제신도시 조성 허가부서인 경자청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던 구역이었다.

당시 경자청은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뒤 아파트 터파기 공법을 바꾸는 수준에서 다시 공사를 재개시켰다.



2017년 10월 완공한 부산지검 서부지청 신청사도 지난해 두 차례 침하가 발생했다.

법무부와 청사 인근 아파트 건설업체가 안전진단을 벌이고 보수 공사를 벌였지만, 또다시 추가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명지국제신도시는 조성 시행사인 LH가 지반 조성공사를 벌였고 이후 각 건축물에 대해서는 해당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한다.

또 공사 중단 등 행정조치는 경자청이 맡지만 도로 유지와 안전관리는 강서구청이 담당한다.

관계기관들끼리 안전관리에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땜질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H 관계자는 "신도시 전체에 침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반 다지기 공사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향후 개별 시공사와 책임 문제도 있고 전반적인 안전관리 차원에서 명지 신도시 전반에 대해 진단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명지 신도시와 멀지 않은 녹산산단 등 주변 산업단지는 준공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이곳도 지반침하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산단 입주가 지반침하로 인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제조공장인 A사의 경우 공장 내 작업동과 내부도로가 수십 센티미터씩 간격을 보인다. 이유는 지반침하에 대비한 공법을 적용하지 않은 채 포장한 도로 침하 때문이다.

지반침하로 인한 불량률이 높다고 호소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명지국제신도시가 명품신도시 명성을 얻기 위해서라도 개발 초기 지반침하에 대한 관계기관의 면밀하고도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명지국제신도시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핵심 배후 주거지로 명품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표방하며 건설되고 있다.

1, 2단계로 나눠 낙동강 하구 광활한 대파밭으로 유명하던 명지 일원 640만㎡에 조성된다.

전체 규모는 해운대 신도시 2배, 센텀시티 5배에 달한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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