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아파만…" 사우디 '테러범' 37명 집단처형에 비난 봇물
국제인권단체, '고문 조작' 의혹도 제기…이란·헤즈볼라도 비난 대열에
(두바이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 혐의'로 기소한 37명을 동시에 처형한 데 대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등이 '소수 종파 탄압', '고문 조작' 등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EU)은 24일(현지시간) 수니파가 다수인 사우디의 이번 집단 처형이 소수 종파인 시아파 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마야 코치얀치치 EU 대변인은 "처형된 사람 대부분이 시아파라는 사실은 향후 종파 간 긴장을 고조시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당국이 지난 23일 테러 혐의로 유죄를 받은 37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처형된 한명에 대해서는 사체를 십자가에 못 박는 형벌도 추가했다.
이번 집단처형은 2016년 1월 이후 사우디에서 하루에 이뤄진 사형 집행 건수로는 가장 많다. 당시 사우디는 테러 관련 혐의로 47명을 처형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처형된 이들이 극단주의 테러범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테러 조직을 구성해 안보 당국의 시설을 공격하는 등 공공의 평화를 위협하고 종파 간 갈등 조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는 사우디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처형된 37명 가운데 최소 33명이 사우디 내 소수 종파인 시아파라고 지적하며 소수 종파 탄압 의혹을 제기했다.
HRW의 마이클 페이지 중동 담당 부국장은 "사우디 정부는 처형된 사람들을 테러범으로 묘사했다"며 "그러나 실상 법원은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고, 사형수 중 상당수는 강압에 의한 진술만을 근거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사형 집행은 불평등하며, 사형수들의 자백도 고문을 통해 받아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제앰네스티(AI)도 성명을 통해 고문 조작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엉터리 재판'이 이뤄졌다면서 "집단 처형은 사형이 소수인 시아파의 반대의견을 짓밟는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름 끼치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는 특히 사형된 37명 가운데 11명은 사우디와 앙숙인 이란의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고, 다른 14명은 지난 2011∼2012년 이스턴주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관련 혐의로 사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처형된 사형수 가운데 시아파 종교지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아파가 주류인 이란에서도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란은 이번 사건에 침묵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언론인 토막살해(사우디가 배후로 지목된 카슈끄지 살해)에 대해 눈 한번 깜빡인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엔 무려 37명이 참수됐는데 속삭임조차 들리지 않는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을 비난했다.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사우디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비난한다. 사형수들의 잘못은 표현의 자유를 외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집단 처형은 끔찍한 일이다. 특히 최소 3명은 형 선고 당시 미성년자였다"고 비난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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