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때문에 아픈 상처, 키움 샌즈가 달랬다
샌즈 7회말 결승 만루홈런으로 8-3 승리 견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호세 페르난데스가 '장군'을 부르니 제리 샌즈가 '멍군'을 불렀다.
23∼2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4∼5차전은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페르난데스가 먼저 치고 나섰다. 페르난데스는 23일 솔로포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고 팀의 9-3 완승을 견인했다.
24일 경기는 키움의 '효자 용병' 샌즈의 차례였다.
4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선 샌즈는 4타수 1안타 4타점을 터트리고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샌즈의 유일한 안타가 바로 승부의 물줄기를 가른 만루홈런이었다.
키움은 3-3으로 맞선 7회말 김규민과 김하성의 안타, 박병호의 볼넷으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좌완 카드 이현승에 이어 리그 다승 1위인 이형범을 내세우고도 만루 위기에 처한 두산은 우완 사이드암 박치국을 마운드에 올렸다.
옆구리 투수들에 대한 외국인 타자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한 투수 교체였지만 지난해 이미 KBO리그 투수들을 경험한 샌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샌즈는 박치국이 병살타를 노리고 2구째 직구(142㎞)를 몸쪽 깊숙이 붙이자 이를 벼락같이 잡아당겨 우중월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양 팀 선발이 나란히 6이닝 3실점으로 물러난 가운데 불펜 싸움으로 치달은 이 날 승부를 결정지은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사실 키움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타자 득을 크게 보지 못했다.
2016년 대니 돈이 129경기에서 타율 0.295, 16홈런, 70타점을 기록했지만 흡족할 만한 활약은 아니었다.
돈은 재계약한 2017년 20경기에서 타율 0.140, 1홈런, 2타점에 그친 뒤 방출됐다.
키움은 마이클 초이스를 대체 용병으로 데려왔으나 반짝 활약한 뒤 다음 시즌인 2018년에 타율 0.258, 17홈런, 61타점을 기록한 끝에 중도 퇴출당했다.
초이스의 대체 선수가 바로 샌즈였다.
샌즈는 교체 외국인 선수로 25경기에서 타율 0.314, 12홈런, 37타점으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샌즈는 돈과 초이스처럼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재계약 이후의 활약은 확실히 달랐다.
샌즈는 올 시즌 팀의 붙박이 4번 타자로서 27경기에서 타율 0.340, 3홈런, 24타점을 기록 중이다.
꾸준한 활약에 더해 결정적일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잘해주니 팀으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샌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넘어갔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땅볼로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 몸쪽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뒀다"며 "병살을 피하기 위해 공을 띄우려고 했는데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샌즈는 "홈런이 나온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홈런을 위해서 전략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 타격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