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남·북·미, 비핵화 협상 새로운 동력 살려야
(서울=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25일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북핵 협상에 새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북핵 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속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개최되는 중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이든 상징적이든 북러 정상 간 논의 내용이 남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회담 내용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 확인, 북러 경제협력 확대로 북한의 유엔 제재 돌파구 모색 등이다. 러시아는 핵실험장 폭파 등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외교 다변화를 통한 우군 확보로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를 만들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협상과 관련해 어떤 '훈수'를 둘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는 김 위원장의 행보는 남북ㆍ북미 협상을 지연시키는 과정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달성에 긍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 협상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유리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당국자도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지만 2008년 중단된 6자회담은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어렵게 만들어 놓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틀 속에서 인내심을 갖고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 다행히 북미는 기 싸움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은 조현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지난주 잇단 러시아 방문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선 북미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남북,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 모두 주변국 외교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이번 주에는 북러뿐 아니라 중러, 미일 정상회담도 잇따른다. 남북, 북미회담 재개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야 할 때다. 우리 정부의 대북 방안을 보는 미국 당국자들의 우려에 유의해야 하고 경색 일로를 걷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북한은 러시아의 지지를 과시하는 등 기 싸움과 우회 전략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4차 남북정상, 3차 북미정상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 이는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4ㆍ27 판문점선언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는 27일은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린 가운에 도출해낸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되새겨 어떻게든 새 접점을 찾아 동력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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