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옥탑방 사진의 나비효과…'아이스팩 에어컨' 나왔다
소셜벤처 '바이맘', 스티로폼 박스 냉풍장치에 착안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여름 폭염 속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에어컨 없이 '한 달 살이'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선풍기 한 대로 무더위를 난다는 모습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는 그 선풍기와 함께 자그마한 스티로폼 상자가 있었다. 상자에 얼음을 넣고 작은 선풍기로 바람을 쏘면 반대편으로 냉풍이 나오는 장치다.
소셜벤처기업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는 24일 통화에서 "최근 지인이 공유해준 그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아이스 에어컨'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바이맘은 원래 겨울용 제품인 '난방 텐트'를 만들어 일반 고객 판매는 물론 홀몸 어르신 등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해온 기업이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의 피드백 중 '겨울에는 텐트를 쓰든 옷을 껴입든 하면 되는데 여름이 더 힘들다'는 내용이 많았다"며 "선풍기마저 전기세 아낀다고 틀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고민하던 차였다"고 말했다.
아이스 에어컨은 얼음 대신 아이스팩을 넣어 사용한다. 에어컨 상부에 장착한 팬을 가동하면 차가운 바람이 3∼4시간 나온다.
아이스팩을 얼리는 냉장고의 냉동실은 일반적으로 꽉 채워둘 때 효율이 더 높으므로 추가적인 전기 사용 문제는 크지 않다고 한다.
아이스팩 조달은 요즘 많아진 새벽배송 업체들과 접촉해 무상 재활용 지원을 받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아이스팩은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는데 버려지다 보니 쓰레기 문제가 있었다"며 "가진 자원을 활용해서 여름을 훨씬 쾌적하게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에 이런 원리의 장치는 많이 있더라. 시장성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르신들도 대부분 냉장고는 가지고 계시고 아이스팩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제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온도 이상으로 여름을 힘들게 하는 습도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아이스 에어컨을 틀고 나면 박스 안에 물이 고이는데 제습 효과가 생긴 것"이라며 "완벽한 제습기는 아니지만 일부나마 습기를 없앨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박 시장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대표는 "2014년 제1회 서울혁신상에서 난방텐트로 대상을 받았고 서울시의 '에코마일리지' 프로그램에 난방텐트를 인센티브 제품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님이 옥탑방 사진을 공유해준 것도 겨울에는 난방텐트로, 여름에는 아이스 에어컨으로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려 한 것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박 시장은 김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아이스 에어컨 관련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이런 것이 생활 속 혁신 아이디어"라며 "수제 스티로폼 에어컨은 40도를 오르내리는 옥탑방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줬다"고 적었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