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탄 맥주 여성에게 몰래 먹인 50대 무죄→징역 2년
피해진술 신빙성이 쟁점…1심 "증거능력 없다"·2심은 "진술 일관" 뒤바뀐 판결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호텔에 함께 투숙한 주점 여종업원에게 마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 혐의로 무죄를 받은 50대가 2심에서는 실형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7)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법정구속 됐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0월께 부산 한 호텔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주점 여종업원 B씨와 호텔 객실에 투숙했다.
A씨는 B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 필로폰을 맥주에 몰래 타 B씨에게 마시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검찰 공소사실에서 가장 중요한 직접 증거인 B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였다.
B씨는 수사기관에서 "A씨가 몰래 맥주에 필로폰을 타서 마시게 했다"고 말했다.
1심은 "B씨가 스스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필로폰이 검출된 점을 보면 필로폰을 자가 투약했을 가능성은 작다"며 "하지만 A씨로부터 필로폰이 든 맥주를 건네받았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어 "A씨가 계속 필로폰을 맥주에 타지 않았다고 주장해 수사기관에서 대질조사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거가 불분명하고 휴대전화가 착신 정지된 B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수사기관에서 말한 진술을 검증하지 못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원심이 B씨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하며 B씨를 증인으로 세웠다.
B씨는 "화장실에 갔다 와서 A씨가 주는 맥주를 마신 뒤 기억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아무도 없어 집으로 왔다.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 병원에 갔다. A씨는 처음 만난 사람이며 헤어진 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점, 필로폰이 검출된 뒤 A씨에게 '오빠가 준 맥주를 마시고 마약 성분이 나왔다 어떻게 하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보면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필로폰을 맥주에 몰래 타 마시게 하는 것은 단순 투약보다 죄질이 불량해 엄벌이 필요하다"며 "A씨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며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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