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5~6월로 바뀐다…특정일 주총 선착순 제한(종합)

입력 2019-04-24 15:16
주총 시즌 5~6월로 바뀐다…특정일 주총 선착순 제한(종합)

주총소집 통고 때 사업보고서 제공 의무화…금융위 주총 내실화 방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이르면 내년부터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현재보다 두달가량 늦춰진 5∼6월로 바뀐다.

주주들이 감사보고서 등 안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4일 법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은 주총소집 통지 때 참고서류에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현재는 주총소집 공고에 내부감사가 완료된 재무제표와 사외이사 활동 내역 및 보수현황, 최대주주와의 거래 내역 등만 기재하면 됐다.

하지만 주주들로서는 이런 정보만으로 해당 사업연도의 기업 성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주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건을 분석할 수 있도록 주총소집 통지 시한도 '주총 전 2주'에서 '주총 전 4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로 3월에 열려온 12월 결산 상장사의 정기 주총은 5~6월에 개최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 상장사가 사업보고서를 제출기한(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이 임박한 3월 말∼4월 초에 집중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정을 좀 앞당긴다고 해도 외부감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새로운 제도에서는 3월 주총 개최는 어렵고 빨라야 4월 말에나 주총을 열 수 있다.



또 금융위는 주총 안건으로 임원 선임안이 상정될 때에는 주총소집 통지와 함께 해당 임원 후보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경영 관여 여부 등을 포함한 경력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방안에 담았다.

임원 후보자는 자신의 경력을 검토해 자필서명을 해야 한다.

이사회의 임원 추천 사유 명시와 사외이사 후보의 독립적 직무수행 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또 경영성과와 연계되는 이사보수 한도가 적정한지 주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전년도에 이사에게 실제로 지급된 보수 총액도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임원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면 부적격자 선임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는 일일 최대 주총 개최 기업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많은 기업의 주총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특정일이나 특정 주간에는 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 기업 수를 미리 정해놓고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2015년부터 일자별로 최대 100개 기업만 주총을 열도록 사전에 인터넷으로 신청받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2018∼2019년 정기 주총 시즌에 주총 분산 개최를 유도했으나 그 효과가 별로 크지 않았던 데 따른 제도 보완책이다.

이밖에 주총 참여 주주가 확정되는 의결권 행사 기준일을 '주총일 전 90일 이내'에서 '주총일 전 60일 이내'로 변경해 공투표(이미 주식을 매각한 주주가 의결권을 보유해 의결권 행사 유인이 없는 경우) 사례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 상장사가 개인 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할 수 있게 증권사로부터 주주 이메일 주소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상장사가 가진 주주 정보는 성명과 주소에 한정돼있다.

주주의 전자투표 참여 확대를 위해 공인인증서 이외에 휴대폰·신용카드, ID(외국거주자) 등도 대체 인증수단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주총 참여 주주에게 기념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법무부의 유권해석도 받아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기념품 등 인센티브 제공도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5월 중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상법, 자본시장법 등 관계 법령의 연내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주총 내실화 방안은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상장사들도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달가워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주총이 형식적으로 운영돼온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총은 진행시간이 평균 30분 안팎에 불과하고 발언 주주도 4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다.

게다가 주주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2017년 폐지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180곳이 넘는 상장사가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그동안 주총 분산 개최 유도, 전자투표제 활성화 등 대책을 추진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실제로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를 활용한 주주 수는 2018년 3만6천명에서 올해 11만명으로 늘었지만 전체 의결권 중 전자투표 행사 비율은 올해도 4.94% 수준에 불과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주총 분산 개최 유도 등 주주 참여 활성화 노력을 계속 해왔지만,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고 이번 방안은 이런 제도적 한계를 벗어나 보자는 취지"라며 "기업의 전반적인 일정에 많은 변화가 있어 업계 우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공청회를 통해 충실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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