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척' 아름다움을 재단하지 말라…연극 '추남, 미녀'

입력 2019-04-23 18:33
'다 아는 척' 아름다움을 재단하지 말라…연극 '추남, 미녀'

아멜리 노통브 원작…백석광·정인지 출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일그러진 외모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멸시받은 남자 '데오다'. 대신 그에겐 돌 전에 언어를 터득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와 신중한 성격이 있다.

우윳빛 피부와 사랑스러운 눈을 지닌 여자 '트리미에르'.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지혜를 지녔지만 사람들은 이런 장점을 모르고 그가 멍청할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두 사람은 저마다의 아픔을 극복하며 성장한다. 데오다는 조류학자, 트리미에르는 인기 보석 모델이 됐다. 한 방송 제작자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지성과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이들을 동시 섭외한다. 데오다와 트리미에르에겐 어떤 앞날이 펼쳐질까.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4일 개막하는 2인극 '추남, 미녀'는 사람을 외모로 손쉽게 재단하고 상처 주는 우리 사회를 치밀하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데오다를 이유 없이 험담한 뒤 "그냥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고 변명하는 친구 악셀, 트리미에르와 키스한 뒤 "별로였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소년 트리스탕 모습에선 '고작 저런 사람들에게서 상처받았나' 하는 허탈함마저 든다.

세계 초연인 이 공연은 벨기에 출신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2016년작 '추남, 미녀'를 무대에 옮기면서 화제가 됐다. 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이 재창작을, 이대웅이 연출을 맡았다.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열연한 배우 백석광(36)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호연을 펼친 배우 정인지(35)가 각각 주인공을 맡았다.

이대웅 연출은 23일 프레스콜에서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비주얼로 미(美)와 추(醜)를 보여주는 건 1차원적 해석이라 생각했다. 이면에 다가가기 위해 매력 있는 배우를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백석광은 "추함은 타자의 시선에서 오는 것"이라며 "추함을 표현할 때 (신체적으로) 비하하지 않고 최대한 심리적으로 표현하도록 노력했다"고 거들었다.



2인극 특성상 트리미에르를 중심으로 수십 개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 정인지는 "연습실에선 실제로 옷을 갈아입지 않아서 이렇게 바쁠 거라 생각지 못했다. 무대에 와서 보니 연출께 뒤통수 맞은 느낌이지만, 캐릭터가 훨씬 풍부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기하며 느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두 배우는 무대에서 다 꺼내지 못한 속마음을 들려줬다.

"나를 솔직한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 아닐까요. 이 사람을 위해 꾸민다거나 생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있게끔 해주는 사람."(정인지)

"마지막 장면을 연습할 때 '운명'이란 기분이 들더군요. 데오다도 인생의 굴곡을 살아왔고, 트리미에르도 자신의 굴곡을 거치다 그 끝에 서로를 만났어요. 공연 중에 운명이라 느끼는 건 참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게 이 작품의 미덕 아닐까요."(백석광)



이대웅 연출은 단순히 못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사귀는 이야기 아니겠냐는 세간의 시선에 이렇게 답했다.

"충분히 오해하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보신 뒤 오해였구나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공연은 5월 19일까지 계속된다. 2만∼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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