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최고지도자 "마음을 멈추고 생각하라"

입력 2019-04-23 17:59
원불교 최고지도자 "마음을 멈추고 생각하라"

'화'가 일상된 요즘 '멈춤' 제언…"일하기 전 온전한 마음 챙겨야"

원불교학과 신입여학생 '독신서약서' 폐지…'여성교무 결혼'허용도 검토



(익산=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원불교에서는 멈추는 것을 가르칩니다. 서랍을 열 때도, 열 때마다 잠시 멈추고 나머지를 열도록 합니다. 마음을 일단 멈춰야 생각을 하게 되지요."

23일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전산(田山) 김주원(70) 종법사에게 최근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참사'를 언급하며 화를 내는 게 일상이 된 요즘 화를 참는 비법을 묻자 이 같은 '멈춤'의 해법이 돌아왔다.

습관적으로 마음을 통해 드러나는 나쁜 감정은 한번 외부로 나오게 되면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것으로 그 마음이 무엇이든 일단 멈추고 생각을 하자는 제언이다.

전산 종법사는 이날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감정이 앞서면 합리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면서 "온전(穩全)이라는 말이 있다. 일하기 전 온전한 마음을 잘 챙겨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마음공부에는 공이 들어가야 한다"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마음공부에는 시간이 오래오래 걸린다고 하셨고, 쉽게 된다고 하는 것은 '사이비'들이 하는 얘기"라고 경계했다.

전산 종법사는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는 법언도 꺼냈다. 이는 원불교에서 가르치는 개념으로 은혜를 뜻하는 은이 곧 해악을 뜻하는 해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해가 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은혜와 해악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겸양과 감사의 마음을 가져달라는 의미다.

그는 "낮과 밤은 떨어져 있지만, 반드시 서로를 뒤따른다. 좋은 것이 오면 좋지 않은 것이 뒤따르는데 보통 이를 보지 못한다"며 "쉽게 말해 조삼모사, 은이든 해이든 결국 같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원불교는 28일 원기 104년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있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우주 진리의 깨달음으로 원불교를 연 날이다.

올해는 '모두가 은혜입니다'를 대각개교절 봉축행사 주제로 정했다. 원불교가 시작된 날이지만 이는 원불교 교도의 공동 생일이기도 하다. 신도들과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깨달음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며 보은의 길로 나서자는 취지다.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원불교 익산성지에서는 '제12회 깨달음의 빛' 축제가 열린다. '근대문화유산 빛조명 순례길', '철학이 있는 영화산책', '걷고 멈추고 감사하라'는 주제로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개교일 당일인 28일 오전 10시에는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원기 104년 기념식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는 종단 관계자와 신도 등 1천500명이 참석한다.

전산 종법사는 "원불교 교법 자체가 종교, 국가, 인종을 떠나 누가 됐든지 이 교법을 받아들여 실행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 세계가 행복하다는 것"이라며 "대각개교일도 우리 교단만의 경사가 아니라 언젠가는 인류가 경축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자축했다.

원불교는 개교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교단 안팎에서 제기돼 온 여러 변화 목소리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대학 원불교학과 입학 시 여성 예비교우들이 작성해 제출해야 했던 이른바 '독신서약서'를 폐지했다. 교단에서 '정녀(貞女)지원서'로 부르는 이 서약서는 여성 교무가 평생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불교 교헌을 개정해 여성교무의 결혼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산 종법사는 "(정남정녀 관련 교헌 개정을) 올해 안에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당한 합의가 돼 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법규를 고친 뒤로 교단에 정착하기까지 점진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20∼30년은 흘러야 정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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