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알갱이도 물속 공기방울 처럼 거품 형성한다

입력 2019-04-23 16:56
모래 알갱이도 물속 공기방울 처럼 거품 형성한다

알갱이 물질 이동 규명…제약 등 산업적 응용분야 다양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모래 알갱이가 물속의 공기 방울처럼 모래 속에서 '거품(bubble)'을 만드는 현상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이는 알갱이 물질의 이동 매커니즘을 밝혀 산사태나 화산 활동 등 지구 물리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 건축이나 제약,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산업적으로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컬럼비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화학공학과 크리스 보이스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래 알갱이에 의한 거품 현상을 최초로 관측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투명한 직사각형 상자에 흰 모래와 이보다 입자는 크지만 가벼운 검은 모래를 넣은 뒤 상자를 수직방향으로 흔들고 아래에서 위로 공기를 주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검은 모래가 흰 모래 사이로 올라가며 위로 길쭉한 "손가락(fingers)" 모양이나 "알갱이 거품(granular bubble)"을 형성했다.

이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으로 유체 사이에서 나타나는 '레일리-테일러 불안정성(Rayleigh-Taylor instability)'과 유사하다. R-T 불안정성은 물과 기름처럼 밀도가 다른 두 유체가 섞이지 않고 가벼운 유체가 무거운 유체를 밀어내며 상호작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모래와 같은 마른 알갱이에서는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실험에서 가벼운 모래가 무거운 모래를 뚫고 상승하며 거품 모양을 형성하는 것은 같지만 모래는 서로 섞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물·기름과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물리적 실험과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가벼운 알갱이 입자를 관통하는 '가스 통로(gas channeling)'가 손가락 모양과 알갱이 거품을 만들었으며, 이 통로는 가볍고 큰 알갱이 입자군(群)이 무겁고 작은 알갱이보다 통기성이 높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스 통로에 의해 생긴 국지적 상승 압력과 하강 접촉력이 경합하면서 알갱이 물질에서도 R-T 불안정성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는 유체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물리적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보이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고체 알갱이 사이에서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런 현상은 알갱이 간 역학을 새롭게 밝혀내 다양한 시스템에 응용될 수 있다"면서 "예컨대 제약산업에서 과립 혼합 패턴을 달리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지구 구조의 형성 과정을 규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의 지구 과학 분야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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