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김관영…합의안 추인 '뚝심' 보였지만 黨분열 '부담'

입력 2019-04-23 18:26
'기사회생' 김관영…합의안 추인 '뚝심' 보였지만 黨분열 '부담'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바른미래당이 23일 격론 끝에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안을 가까스로 추인하면서 이를 주도한 김관영 원내대표가 '기사회생'하게 됐다.

당내 찬반양론이 확연히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안 추인 문제를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할 수 있다.

앞선 18일 의원총회를 소집한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잠정 합의한 패스트트랙 절충안을 추인받으려다가 "합의한 적 없다"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한마디에 논의 자체가 무산되는 '해프닝'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을 거듭 관철하려는 것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밀약'했기 때문이라는 설까지 나돌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여야 4당이 정식으로 합의한 이번 안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임기와 상관없이 당 원내대표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의총 초반의 분위기로 볼 때도 합의안 추인 가능성은 '50 대 50'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표결요건을 문제 삼으며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추인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돌았다. 4시간에 가까운 격론이 이어지고 표결이 두 차례나 간 것도 찬반 양론이 얼마나 팽팽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비록 단 1표 차(찬성 12, 반대 11)지만 합의안을 추인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김 원내대표로서는 난국을 돌파해나가는 '뚝심'과 나름대로의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일일이 개별 접촉하는 등의 '발품'을 팔면서 이번 합의안의 취지와 추인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바른미래당으로서도 범여권과 자유한국당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정국을 풀 열쇠를 쥔 '캐스팅보트'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됐다.

실제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이 개정될 경우 바른미래당의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고, 존립 토대가 강화될 수 있는 만큼 김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평가는 지금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바른미래당 구성원 상당수가 반대하는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을 밀어붙이면서 당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단초를 제공한 점은 리더십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손학규 대표 사퇴를 놓고 내홍에 빠진 당이 이번 합의안 추인을 계기로 본격적인 '균열 위기'로 치닫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날 의총 표결이 찬성 12명 대 반대 11명인 점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당이 반으로 쪼개지는 분열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의총 직후 취재진에게 "앞으로 (당내) 이견을 서로 충분히 의논해 당이 다시 창당 정신에 입각해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5일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김 원내대표는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8년 전국 최연소로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행정고시 재경직에 붙어 옛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다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12년 19대 국회에 입성하기 전까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9년 동안 일했다. 정치 입문 후 김한길 전 의원, 안철수 전 의원 측 인사로 분류됐으나 바른미래당 출범 후에는 특별한 계파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공수처에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권을 부여한 최종 합의안과 관련해 "(당론대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고 협상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검사를 포함한 법조인이 수사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 (검찰에) 직접 기소권까지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점에 공감하고 (민주당에) 양보했다"며 "공수처장 추천에 야당의 실질적인 비토권(거부권)을 확보한 점은 관행에 비춰 상당한 진척"이라고 주장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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