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시원한 나라 더 부자되고 더운 나라 더 가난해져"

입력 2019-04-23 14:39
"온난화로 시원한 나라 더 부자되고 더운 나라 더 가난해져"

스탠퍼드대 연구진 '지구온난화가 세계경제 불평등 심화'

"기후변화 문제, 가난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냐"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지구온난화로 지난 5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경제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화통신과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미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10년까지 온난화가 165개국의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 노르웨이처럼 시원한 기후대의 잘 사는 나라는 더 잘살게 됐고 나이지리아와 같이 더운 나라의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노아 디펜보 스탠퍼드대 기후학자는 "가난한 나라 대부분이 지구온난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가난해졌다"고 설명했다.

더운 나라인 인도의 경우 2010년 실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기온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드,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도 온난화 탓에 같은 해 GDP가 각각 39%, 32%, 29% 낮았던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세계 최빈국들은 이 기간 1인당 부(富)가 17∼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추운 나라인 아이슬란드의 경제 생산은 기온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다. 캐나다와 노르웨이, 핀란드 같은 국가도 온난화로 25∼50%의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고위도에 자리한 잘 사는 나라의 경우 기온이 오르면서 농작물의 생장 시기가 길어지고 눈보라에 따른 교통 마비 현상이 줄어 경제 성장에서 혜택을 받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1인당 경제 생산 최상위권 국가들과 최하위권 국가들 사이의 격차는 기후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25%가량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 50년간 더운 기후대에 속한 후진국의 경제 규모도 명목상으로 확대했지만, 온난화가 없었다면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 속도는 한층 더 빨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 저자인 마셜 버크는 "기온이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을 때 농작물 생산량은 더 많아지고, 사람들의 건강과 생산성도 더 좋아진다"며 "이는 지구온난화가 추운 나라에는 조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더운 나라는 이와 반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일본처럼 중위도에 자리한 국가와 온난화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러나 CNN은 잘 사는 나라가 기후변화의 혜택을 봤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은 시원한 나라들에서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빙하가 녹으면서 원주민은 고래잡이를 할 수 없게 됐고 조류의 대번식으로 관광 명소였던 호수가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뀌는 등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빈곤은 정치적 갈등을 촉발·악화할 수 있는 데다 내전과 가뭄에 내몰린 주민들이 선진국에 난민으로 유입할 수 있어 가난한 나라만 온난화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워스코 세계자원연구소의 국제기후계획 임원은 "우리는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이 잘 사는 나라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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