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목숨걸고 막겠다"…총력저지 다짐 속 '뾰족한 수' 고심(종합)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에 "친문 총선연대 만들기"
"원내외 모든수단 동원"…2차 장외집회·로텐더홀 철야농성
현실적 저지 수단 없어 고민…사개특위 오신환에 마지막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은 23일 자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사실상 착수하자 "좌파정변이자 좌파반란"이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을 '의회민주주의 붕괴', '여당의 2·3·4중대 구축을 통한 친문(친문재인) 총선연대' 등 격한 반응을 쏟아내며 "목숨 걸고 막겠다"며 총력 투쟁을 다짐했다.
당장 한국당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이동, 항의집회를 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시점에 맞춰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한 지난 20일에 이어 오는 27일에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키로 했다.
황교안 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주도하는 총선용 악법 야합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경제·민생·안보를 다 망쳐놓고는 국민의 분노가 차올라 저항이 거세지니 국면 전환을 위한 치졸한 발상에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0석'을 이야기할 때 '설마' 했는데, 지금 보니 좌파독재 플랜이자 개헌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의회·반헌법적인 정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권의 핵심 중 상당수는 1980년대 대학 다닐 때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입에 달고 있던 사람들이고, 이후 전향한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결국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훈을 조선반도에 실현해서 소위 고려연방제를 하겠다는 게 목표"라며 "따라서 이번 패스트트랙 시도는 좌파정변이자 좌파반란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총칼로 싸울 때는 사전에 예고를 하지만, (여야 4당의 선거제 개정안은) 싸움판에서 주먹으로 덤빌 때 칼로 뒤에서 찌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앞장서서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데 책임을 져야 한다며 향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각종 민생 현안 처리에 있어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패스트트랙 추진에 적극적인 바른미래당 주요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채익 의원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마지막으로 여의도 정치를 해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북 군산에서 3선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살기 위한 생존방법으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이 합의안을 추인한 직후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의총 발언과 페이스북을 통해 "일여사야(一與四野)인 줄 알았는데 사여일야(四與一野)가 됐다"며 "대통령이 오늘 귀국하시는 것 같은데 귀국선물치고는 아주 고약한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투쟁밖에 없다. 싸워 이길 때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한다"며 "행정·사법·입법 독재와 싸우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끝까지 끝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국회 안에서도 국회 밖에서도 싸우고, 거리에서도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디데이인 25일까지 국회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에 나선다.
그러나 한국당의 고민은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패스트트랙을 막을 수 있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데 있다.
'모든 원내외 수단을 동원해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한국당이 꺼내 들거나 검토 중인 카드는 장외집회나 철야농성 등을 통해 패스트트랙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국민 여론전뿐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지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나 사법개혁특위에서의 실력 저지도 녹록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몸싸움 시 처벌받거나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민생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한국당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4월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인 만큼 국회 보이콧의 의미도 없는 상태다.
한때 나 원내대표가 극약 처방으로 '의원직 총사퇴 및 조기 총선' 카드를 던졌지만 실행에 옮겨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카드에 대한 한국당 내 부정적 기류는 이미 감지됐다.
결국 한국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기대는 과거 새누리당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사개특위 소속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공수처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패스트트랙이 무산되기를 바라는 것뿐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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