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역 경의선 용지 개발이 '젠트리피케이션' 부추겨"(종합)

입력 2019-04-23 18:28
"공덕역 경의선 용지 개발이 '젠트리피케이션' 부추겨"(종합)

시민단체 "이랜드월드와 계약체결 후 공터 방치…시민공간으로 바꿔야"

철도공단 "임시사용 허가 기간 끝나…자진철거 불응 시 명도소송"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경의선 철도 용지 개발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고 시민의 공간을 빼앗고 있다며 시민단체가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공덕역 옆 경의선 부지의 공유적 사용을 촉구하는 시민과 연구자들 일동'은 23일 공덕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기적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경의선 부지를 시민 자치 공유공간으로 전환하라"고 마포구청과 철도시설관리공단에 요구했다.

이들은 "경의선 부지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영세 상인 등이 상권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2005년 경의선 일부 구간이 지하화되며 지상구간에 대한 공원화와 상업적 재개발이 실시돼 극심한 임대료 상승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개발된 상태로 남은 공덕역 경의선공유지에 대해 철도공단은 2012년 이랜드월드와 특수목적법인(SPC)인 '이랜드공덕'을 세우고 철도시설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 아래 개발을 시도했지만 계속 공터로 방치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설립을 추진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 집' 부지에 최근 마포구청이 가림막을 쳐 건립을 막고 있는 점도 비판했다.

이들은 "그동안 방치된 공유지를 시민장터, 철거민들의 임시 거처, 강연장, 놀이터로 사용하며 열린 공간으로 바꾸려 노력했지만, 철도공단과 구청은 '무단 점거'라며 펜스를 세우고 지속적인 방해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철도공단이 진정 공익을 위해 경의선 부지를 활용하려 한다면 계약만 체결한 채 방치하고 있는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자발적으로 자원과 시간을 쏟아 활동하는 시민들과 협력해 대안적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배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은 "경의선 부지에 고층 건물을 지어 돈을 버는 것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간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나은 삶인지 모두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끝내고 목재 펜스에 스티커를 붙여 '우리 모두의 경의선 공유지'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자의 집'이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이들은 26일 오후 7시께 공덕역 경의선부지 앞에서 건립이 중단된 '연구자의 집' 상량식과 시민 문화제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철도공단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단체들이 사용 중인 토지는 이전에 마포구청 측의 임시사용 요청을 받아들여 2013년 3월부터 2015년 말까지 사용허가를 내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허가기간이 끝난 뒤에도 원상회복 반환이 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점포들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철거 요청 민원이 있어 마포구청 측이 무단점유자에게 자진 철거하도록 고지 후 명도소송 등을 통해 무단점유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지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대도심의 철도시설 상부를 개발하는 사업 특성상 계획 수립과 인허가·시공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유사 사례인 홍대입구역·공덕역 개발사업도 협약 체결 후 준공까지 약 10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랜드공덕이 지자체 인허가 절차를 끝내면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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