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숨통 죄는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경제학 바뀌나

입력 2019-04-23 11:04
지구 숨통 죄는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경제학 바뀌나

美연구팀, 10% 불과한 재활용률 높일 새 플라스틱 개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져 지구의 숨통을 죄는 위협적인 환경오염 물질이 되는 것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폐기된 플라스틱을 수거해 종류별로 분류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녹여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어도 염료나 내연제 등 이전에 사용된 각종 첨가제로 질이 떨어지는 등 재활용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플라스틱 소비 대국인 미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고작 10%에 불과한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됐다.

그러나 23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 매거진'에 따르면 재활용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의 경제학'을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이 개발돼 학계에 공식 보고됐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연구팀은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들어가는 각종 첨가제를 분리해 플라스틱 원료를 원래의 순수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특수 화학결합을 갖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을 통해 밝혔다.

이 연구소 나노과학 연구시설인 '분자 파운드리(The Molecular Foundry)'의 피터 크리스턴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리 같은 물리적 특성을 갖는 고분자화합물인 '비트리머(vitrimer)'에 이런 화학결합을 유지하게 하는 분자를 집어넣어 변형, DCDB(Dynamic Covalent Diketoenamine Bonds)라는 새로운 결합을 만들어냈다.

DCDB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해 분해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적으며, 물과 강산(强酸) 용액으로 실온에서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플라스틱 분해 화학 작용을 일으키기 위한 촉매도 필요치 않아 분해된 플라스틱에서 고품질 원료를 쉽게 뽑아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은 회색 알갱이를 만들어 이용하는데 품질이 떨어져 업체에서 기피를 해왔지만, DCDB 플라스틱은 새 원료와 같은 상태로 환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빨대와 CD 케이스 조각 등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섞어 처리해도 새 플라스틱의 분자만 분리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플라스틱 원료를 일일이 분류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보여줬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새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재활용 업체들이 이를 이용할지가 관건인데, 새 플라스틱은 부산물의 재활용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재활용 공장도 크게 바꿀 필요가 없어 플라스틱 재활용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으로 사이언스 매거진은 전망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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