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마을 '배신자 유다' 화형식, 반유대주의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폴란드의 한 마을에서 열린 성금요일(부활절 전 금요일) 행사가 반유대주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9일 폴란드 남동부 프루흐니크 마을에서는 성금요일을 맞아 유다 형상을 한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가 열렸다.
유다는 유대교 대제사장들에게 은화를 받고 예수를 팔아넘겨 배반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날 행사는 어른들이 유다 인형을 끌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아이들이 몰려와 인형을 발로 차고 막대로 때린 뒤 화형에 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논란이 된 것은 이날 사용된 인형이 전형적인 정통파 유대교도의 모습을 빼닮았다는 점이다. 검은 모자를 쓴 이 인형에는 크고 붉은 코와 곱슬머리가 달려 있다.
이에 대해 세계유대인회의(WJC)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력과 고통을 야기한 중세 반유대주의의 끔찍한 부활에 유대인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폴란드 가톨릭교회는 이런 행사를 금지했었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가 제정한 '나치 부역 부정법'을 두고 이스라엘과 폴란드가 외교 갈등을 겪으면서 폴란드 내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유대인 학살에 폴란드가 관여했다고 비난하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나치 부역 부정법을 제정했으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징역형 조항을 삭제했다.
나치 독일은 2차 세계대전 기간 폴란드 내 유대인 300만명을 살해했으며 연구 결과 수천 명의 폴란드인이 유대인 학살에 조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BBC는 당시 다른 많은 폴란드인이 유대인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