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마트 등쌀에 사라지는 광주 동네 슈퍼마켓들
폐업한 아파트 슈퍼마켓 자리엔 공인중개사무소·편의점 들어서
조합 회원수 20여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유통업체들 "슈퍼 경기 어두워"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20년가량 성업했던 광주 서구 H 아파트 슈퍼마켓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주인 부부와 자녀가 번갈아 가며 매일 오전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12평가량 규모의 매장을 지켜왔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때문에 더는 매장을 운영할 수 없다"며 20∼40% 할인행사를 끝으로 동네 주민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H 아파트 인근 S 아파트 슈퍼마켓도 지난 3월 문을 닫았고, 이곳에는 편의점 CU가 들어섰다.
역시 인근 W 아파트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마켓도 지난해 폐업해 이곳에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영업 중이다. '가족 운영형' 동네 슈퍼마켓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중·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편의점, 식자재마트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동네 소매유통업의 대명사 격인 슈퍼마켓이 설 곳을 잃고 있다.
H 아파트 슈퍼마켓 주인은 23일 "주부들은 대형마트와 식자재마트, 온라인을 통해 장을 보고, 젊은이들은 편의점을 주로 이용해 동네 슈퍼마켓으로서는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매장 규모를 크게 늘려 다른 동네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동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주인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한 달 두 번 정기 휴무는 동네 상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청과, 생선, 육류 매장을 갖춘 '토종브랜드 중형마트'가 100평 이상 규모로 들어서면 인근 동네 슈퍼마켓들은 쑥대밭이 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슈퍼마켓에 대한 통계청 등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슈퍼마켓 조합회원 수가 약 20년만에 3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미뤄 앞으로도 슈퍼마켓의 폐업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회원수가 6만명에 달했고,몇년전까지 3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지금은 2만명 수준이다"며 "조합연합회 가입이 의무는 아니지만, 회원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동네 슈퍼마켓이 없어진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상공회의소의 '2019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에서도 동네 슈퍼마켓들의 어두운 경기를 엿볼 수 있다.
광주 67개 소매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슈퍼마켓 RBSI는 75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백화점은 125로 호전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대형마트(100)와 편의점(100)은 전분기와 경기상황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Retail Business Survey Index)는 유통업체들의 현장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슈퍼마켓은 소비 위축과 동네 상권과의 경쟁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기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shch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