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경찰,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들 응급입원

입력 2019-04-22 18:31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경찰, 폭력 성향 정신질환자들 응급입원

김해·수원서 흉기 위협·소란 피운 남성 2명 응급입원 시켜



(창원·수원=연합뉴스) 김선경 강영훈 기자 =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42)이 치료 중단 기간 폭력 성향을 보이다가 방화·살인을 저지른 이후 경찰이 타인에게 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들을 응급입원시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타인을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A(39·남)씨를 입건하고 지난 20일 모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4시 40분께 김해 한 아파트 본인 집으로 관리소장을 불러 "죽여버리겠다"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평소 관리비 납부 등 문제로 관리소장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지난 18일 다른 장소에서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탐문을 하던 중 A씨가 16일 흉기로 타인을 위협한 혐의를 포착했다.

18일 저녁 A씨를 집 앞에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그 과정에서 A씨로부터 조현병·우울증 등을 앓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경찰은 A씨가 타인에게 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A씨를 응급입원시켰다.

이는 안인득의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이후 소극적 대처로 도마 위에 오른 경찰이 폭력 성향의 정신질환자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화·살인 사건 피해자들은 안인득의 범행 이전 8차례 112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경기 수원에서도 공업용 커터칼을 들고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운 50대 남성이 입건돼 응급입원 됐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후 2시 40분께 수원 한 길거리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차량이 경적을 울리자 이런 행동을 한 뒤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제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특정인을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A씨가 10여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다는 가족 진술에 따라 정신건강복지법에 의거, A씨를 응급입원 조치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응급입원 규정을 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하면 의사·경찰관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됐다.

이 경우 정신의료기관장은 해당 인물에 대해 공휴일을 제외하고 3일 이내 동안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해당 기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입원자에 대한 증상을 진단한 다음 자치단체장에 의한 입원을 진행하거나 퇴원 등 후속 조처를 하게 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부터 5주간 반복적 위협 행위 신고를 일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관계기관과 공유해 조처하겠다"며 "(피신고자에 대해) 입원 등 조치해야 할 사안을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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