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화기레이더 발사' 고집에 韓 '군사조치' 가능성까지 '비화'

입력 2019-04-22 17:35
日 '화기레이더 발사' 고집에 韓 '군사조치' 가능성까지 '비화'

軍, 日초계기 초저공 위협비행에 강경방침…"양국 자제해야" 목소리도

국방부·합참 설명 '오락가락'…"통보안했다" 설명 3시간 만에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일본이 작년 말 한국 해군 함정이 자국 초계기에 사격용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촉발된 갈등이 군사조치 가능성까지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만약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지난 1월처럼 한국 해군 함정으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하는 사례가 재발할 경우, 군은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군은 이런 방침을 이미 일본 측에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양국이 자제력을 발휘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조기에 매듭지어야만 더욱 험악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지 않지만, 안보적 측면에서 보면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고리로 묶여 있다. 좋든 싫든 안보적 측면에서는 한국과 얽혀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본 아베 정권이 이번 사태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던 측면이 큰 만큼, 더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고, 냉정해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23일 주한 일본 무관을 불러 "3해리(약 5.5㎞) 이내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위협 비행 시 우리 함정과 인원 보호를 위해 추적레이더 조사(가동) 전 경고통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12월 이후 한국 정부의 부인에도 일본이 계속해서 허위 주장하는 사격용 화기관제 레이더가 아닌 추적레이더를 켤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화기관제 레이더는 구축함에서 운용 중인 대공무기를 발사하기 전 목표물의 거리와 고도 등을 파악하는 레이더로, 이 레이더를 켜면 교전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일본 측은 작년 12월 20일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 해상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조난한 북한 어선을 찾기 위해 탐색레이더(MW08)를 가동한 것과 관련해 화기 관제레이더를 비췄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당시 해군 광개토대왕함은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접근하자 이를 식별하고자 피아식별장치(IFF)와 광학추적장비(EOTS)를 일본 초계기 쪽으로 돌렸다. 열 감지 방식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광학장비를 켜면 추적레이더도 함께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이를 두고 화기 관제레이더를 가동해 초계기를 향해 전자파를 조사했다고 재발 방지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후 일본은 사태를 더욱 키웠다. 한국군이 이번에 '군사적 조치'를 경고하고 나선 것도 결과적으로 일본의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23일 일본 해상자위대 P-3 초계기가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대조영함을 향해 초근접 위협 비행에 나선 것이다. 이 위협 비행 장면은 대조영함의 IR(적외선) 카메라와 캠코더에 고스란히 잡혔다.

합참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에는 P-3 초계기가 약 60m 고도로 대조영함 우현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왔다. 당시 대조영함의 대공레이더 화면에는 이격거리 540m, 고도 200피트(60~70m) 등의 숫자가 정확하게 표시됐다.

대조영함은 즉각 P-3 초계기를 향해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내용으로 20여 차례 경고통신을 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은 채 함정 60~70m 상공에서 원을 그리며 선회 비행을 계속했다.

대조영함의 승조원들은 초계기 초저고도 위협 비행으로 위협을 느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은 한국의 발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전면 부인했다. 일본 초계기는 같은 달 18일과 22일에도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해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

국방부는 지난 10∼11일 한일 국방당국의 과장급 비공개 실무협의회에서도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일본 측은 우리 측에 군사적 조치와 대응기조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런 사태에도 일본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커녕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자 '자위권적 대응조치' 강구에 들어갔다.

합참도 관련 대응 매뉴얼을 보강했다. 타국 초계기가 우리 함정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경고통신을 강화하고, 그래도 물러나지 않으면 함정에 탑재된 대잠수함 탐색용 링스 헬기를 기동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경고통신 문구도 지금보다 강한 표현으로 바꾸고,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때 주변에서 작전 중인 초계기가 있으면 긴급히 출동시키는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위권적 조치 수단인 '대응행동수칙'도 보완했다. 이 수칙은 경고통신→사격통제레이더 가동→ 경고사격 포함 무기체계 가동 등의 순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작전 매뉴얼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와 합참은 이날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오전과 오후 브리핑에서 설명이 계속 달라 '오락가락'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요미우리신문이 일본의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비출 것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오전 브리핑에서는 "통보한 바 없다"고 했다가 3시간여 뒤에는 "군사적 조치와 기조를 설명했다"고 정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혼선을 초래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