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접어든 런던 '기후변화' 시위…자연사박물관도 점거(종합)

입력 2019-04-23 00:51
2주차 접어든 런던 '기후변화' 시위…자연사박물관도 점거(종합)

"인류가 갈림길 서있어…정부가 대화 응하면 시위 멈출 수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포함 1천명 이상 체포



(서울·런던=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런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도시 곳곳을 점거한 시위대가 22일(현지시간)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의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이날 오후 2시께 런던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을 찾아 거대 흰긴수염고래 골격 밑 공간을 점거했다.

100여명이 이곳에 드러누워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응 등을 요구했고, 얼굴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베일을 쓴 일부 시위대는 음악을 연주하는 등 즉석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설립된 '멸종저항'은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 공개,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 이를 감독할 시민의회 구성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런던 워털루 브리지와 마블 아치, 옥스퍼드 서커스, 의회광장 등을 점검해 온 시위대는 경찰이 나머지 세 곳에서 시위대를 몰아내자 마블 아치에 모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시위대는 정부가 환경 문제에 관한 대화에 나선다면 이를 멈출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멸종저항'의 제임스 폭스 대변인은 AFP 통신에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면 멈출 준비가 됐다"면서 "(시위대의) 해산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부의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라고 폭스 대변인은 덧붙였다.

'멸종저항'은 만약 정치권이 협상 요구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23일부터 다시 열리는 의회에 의원들이 등원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 경찰은 계속되는 이번 시위와 관련해 공공질서 위반과 고속도로 통행 방해, 경찰 업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시위 참가자 1천65명 이상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은 19세부터 77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망라돼 있으며, 잉글랜드와 웨일스 출신은 물론 프랑스인도 포함돼 있다.

2012년 올림픽 카누 금메달리스트인 에티엔 스톳 역시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1일 시위에는 전 세계 학생들의 '등교 거부' 환경운동에 불을 지핀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도 참석했다.

툰베리는 시위대를 향해 " 정치인과 힘 있는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더는 문제를 외면하는 것을 지켜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류가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당장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라며 영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는 가운데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9천여명이 넘는 경찰이 시위에 투입되는 바람에 경찰력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칸 시장은 "시위가 도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폭력 범죄 등을 처리할 여력이 없어져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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