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호랑이, 50년 내 멸종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밀렵과 서식지 축소 등으로 이미 개체 수 감소가 시작된 벵골호랑이가 앞으로 50년 이내에 지구 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 '순다르반스'(Sundarbans) 등 아시아의 특정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는 벵골호랑이는 이제 겨우 수백 마리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지난 세기 전 세계 호랑이 가운데 95%가 이미 사라졌고, 현재 야생에는 4천 마리도 안 되는 호랑이만 생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만㎢ 정도에 걸친 벵골호랑이 저지대 서식지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에 잠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2004년부터 2015년 사이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에 서식하는 벵골호랑이 개체 수는 440마리에서 106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
세계자연기금(WWF) 디판카르 고스는 "늘어나는 밀렵과 서식지 환경 악화 등 때문에 개체 수가 위험할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발표된 방글라데시독립대(IUB)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벵골호랑이는 오는 2070년이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서식지가 완전히 사라지는 탓에 결국 멸종할 것으로 전망됐다.
해수면 상승과 강수량 감소 등으로 순다르반스에 서식하는 나무들이 죽기 시작했고, 벵골호랑이들은 악화한 자연환경 때문에 생존에 필수적인 민물을 마시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 먹잇감인 사슴을 밀렵꾼들에게 빼앗기면서 벵골호랑이의 서식 환경은 더욱더 나빠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벵골호랑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인근 주민 거주지로 먹잇감을 찾으러 왔다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
2013년 나온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매년 최소 3마리의 벵골호랑이가 사람과 맞서다 죽었다.
순다르반스에서는 매년 20~30명이 호랑이의 공격으로 죽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호랑이 서식지에 신고 없이 들어갔다가 죽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동물보호단체 와일드팀(WildTeam) 대표 안아룰 이슬람은 "호랑이 공격과 그에 따른 사망자 수가 최근 5년 사이 줄었다"며 "이는 지역사회가 야생동물 보호에 관심을 더 기울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일드팀은 2013년 호랑이가 민가 주변을 어슬렁거리지 못하도록 24시간 감시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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