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야당대표가 전사자 장례식서 '주먹세례' 받은 이유는

입력 2019-04-22 16:31
터키 야당대표가 전사자 장례식서 '주먹세례' 받은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쿠르드 무장조직과 전투 중 사망한 터키 병사의 장례식에서 제1야당 대표가 성난 군중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친(親) 쿠르드 정당과 연계했다는 여당의 비판 이후, 지역 언론이 터키 병사의 죽음과 CHP의 친 쿠르드 정당 연계설을 묶어 보도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성난 군중에게 공격당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을 보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군중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밀쳐졌으며, 한 남성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폭행 사태가 벌어진 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피했고, CHP는 그가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이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지자 1천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버스에 올라가 "폭행범들은 전사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그들은 순수한 무슬림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앙카라 주지사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조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터키 남동부 이라크 국경 인근에서 터키 내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무장 조직원과 터키군이 충돌했다.

터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전투로 터키군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으며, PKK 측에서는 적어도 20명이 전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최근 지방선거 유세에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친 쿠르드 당인 인민민주당(HDP)과 연계했다며 비판해왔다.

BBC는 일부 친정부 성향 언론이 터키 병사의 죽음과 CHP를 한데 묶어 보도했으며,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PKK는 나가라'(PKK OUT)라는 구호를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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