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오백나한도 본뜬 19세기 일본 목판화 발견
원주 고판화박물관, 28일부터 '동아시아 나한'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 교토 지온인(知恩院)이 소장한 고려시대 불화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를 모본으로 삼아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목판화가 발견됐다.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는 28일 개막하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나한의 세계'에서 일본 에도시대(1603∼1867) 후기에 고려 오백나한도를 본떠 제작한 판화를 공개한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22일 종로구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어 "3년 전 경매에서 세 폭으로 나뉜 판화를 구매한 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표구를 했더니 지온인 오백나한도와 도상이 매우 비슷했다"며 "고려불화를 충실히 따라 표현했을 뿐 아니라 퇴색된 부분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초판 인출본"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장은 이어 "한국과 일본 불교미술 전문가들에게 문의했으나, 동일한 판화를 보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오백나한과 산수를 함께 그린 고려불화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전시된 적이 있는 지온인 소장 고려 오백나한도는 가로 121.4㎝·세로 188㎝다. 판화는 이와 거의 같은 가로 120.5㎝·세로 186.5㎝다. 세부적 묘사에서 일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림 구도와 배치는 거의 동일하다.
한 관장은 "고려불화가 세계적인 미술품이라는 사실과 흔하다고 생각하는 판화가 실제로는 희귀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자료"라면서 "동아시아 판화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고판화박물관이 주목한 '나한'은 올봄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도 전시를 마련한 주제다.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불교 성자를 뜻한다. 중국 당나라에서 십육나한 신앙이 일어난 뒤 십팔나한, 오백나한으로 발전했다.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회화와 조각 소재로 알려진 나한이 판화에서는 어떻게 다뤄졌는지 소개하고, 나한을 입체적으로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국내 나한 판화는 작품이 거의 남지 않아 불교서적 속에 있는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를 주로 전시한다.
한 관장은 "조선시대에 사찰은 뛰어난 불상과 불화를 많이 제작했지만, 일반 가정은 대부분 불교 미술품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교 대중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판화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작품으로는 당말 오대 승려인 관휴(貫休·832∼912)가 그린 십육나한도를 본보기로 해 청나라 건륭제(재위 1736∼1796) 때 새긴 탑비를 인출한 판화가 나온다.
아울러 티베트 목각인쇄 발원지로 알려진 더거인징위안(德格印經院)이 찍은 십육나한 판화도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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