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찰떡궁합'…라건아가 말하는 유재학, 가족, 그리고 팬
"감독님 아버지처럼 여겨…가족과 팬 떠올리며 열심히 했다"
(울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궁합이 잘 맞는다고밖에 표현을 못 하겠네요."
4년 만에 프로농구 왕좌에 복귀한 울산 현대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팀의 기둥 라건아(30) 얘기가 나오자 미소를 지었다.
2014-2015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현대모비스에서 뛰며 플레이오프 우승을 일궜던 라건아는 한 팀에서 최대 3년까지만 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규정 때문에 서울 삼성으로 이적했다가 이번 시즌 돌아왔다.
한국인이 돼 '라건아'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그는 변함없는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평균 24.7점, 14.2리바운드, 1.6블록슛 등을 올리며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평균 20점대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해 골 밑을 장악했다.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한 플레이오프에서만 통산 리바운드 638개를 잡아내며 역대 최다 기록을 달성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와 현대모비스의 조합은 어김없이 '우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만난 라건아는 "지난 시즌 (삼성에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에 돌아와 챔피언이 되니 너무 기쁘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팀원, 가족, 팬에 대해 고마움이 주를 이뤘다.
라건아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라 코치님이나 감독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할 때가 많았다"면서 "유 감독님은 특히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항상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독님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유재학 감독은 "농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이면서, 함께한 첫해보다 많이 성숙해졌다. 그래서 계속 우승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라건아가 자녀를 얻고서 팀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좀 더 성숙해진 듯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건아도 유 감독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예전에는 이기적인 마인드가 있었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기분이 가라앉아 열심히 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럴 때 가족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낸다"면서 "딸과 아내 덕분에 성숙해진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전 때 파울 트러블에 걸렸을 때 스스로 실망스러웠는데, 팬들이 힘을 주셔서 어려움을 극복했다"면서 "가족과 원정 팬들을 떠올리며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정 때도 팬들이 많이 오셔서 홈 경기처럼 만들어주신 덕분에 힘이 됐다. 그런 게 중요한 순간에 점수를 올리고 승리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재차 고마움을 표현했다.
라건아는 2021년 5월까지 현대모비스와 계약한 상태다. 그가 건재한 이상 현대모비스는 다음 시즌, 그다음 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꼽힐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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