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교황청 특별전교달 '선교의 모범' 선정

입력 2019-04-22 05:00
수정 2019-04-24 18:56
김수환 추기경, 교황청 특별전교달 '선교의 모범' 선정

전 세계 13명에 포함돼…"교황청, 김 추기경에 대한 존경 공식 표현한 것"

김하종 신부 등은 세계 선교의 사례로 소개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009년 선종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교황청이 선정한 선교의 모범이 되는 증인으로 선정됐다.

22일 교황청 소식통에 따르면 교황청은 '특별 전교의 달'(올해 10월)을 앞두고 김 추기경 등 선교의 모범이 되는 증인 13명을 선정해 홈페이지(www.october2019.va)를 통해 이들의 삶을 조명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산하의 전교 기구(프로파간다 피데)가 게재한 김 추기경의 소개 자료에는 그가 사제의 길로 들어선 과정부터 47세에 추기경이 돼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게 된 일 등 선종하기까지 생애와 사목 활동, 철학 등이 상세히 실렸다.

교황청은 김 추기경이 인간의 존엄에 대한 확고한 긍정을 바탕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기본 철학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또 교회는 불의와 타협하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1970년대 독재 시대에 정치적으로 탄압받는 사람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따뜻한 성품을 지닌 김 추기경은 빈민과 사회 소외층의 한결같은 친구였으며 농민과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도 싸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수환 추기경이 1968년 서울 대교구장으로 임명됐을 때 48개 본당, 14만 명이던 신자수는 30년 뒤 그가 대교구장에서 사퇴했을 때에는 197개 본당의 121만 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밖에 김 추기경이 2009년 2월 19일 선종했을 때 그에게 애도를 표하려는 조문객으로 명동성당에 3㎞에 달하는 줄이 생겼고 장례식에서 조의를 표한 사람이 38만 7천명이었다는 사실도 소개해 한국인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도 알렸다.

김 추기경이 선교의 모범으로 선정된 것은 그에 대해 교황청이 존경과 인정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 천주교가 김 추기경을 구심점으로 1960년대부터 30여 년에 걸쳐 사회와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비약적으로 교세가 확장된 것을 교황청도 잘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선교 담당 매체인 피데스(Fides) 통신 소속으로 한국 가톨릭 사정에 밝은 파올로 아파타토 기자는 "김 추기경이 한국 가톨릭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교황청에서도 익히 알려졌다"며 "선교의 모범으로 그가 선정된 것은 교황청이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존경과 인정을 공식적으로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 세계 신자가 관심을 갖고 접할 '특별 전교의 달' 홈페이지에 소개된 만큼 한국을 넘어 세계 가톨릭계 전반으로도 김 추기경이 알려지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특별 전교의 달'을 주관하는 인류복음화성 사제가 지난 해 방한 때 선종 10년이 지난 김 추기경에게 한국 국민이 다수가 변함없이 큰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각별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교황청이 이번에 김 추기경과 함께 실은 선교의 모범으로는 알제리의 내전 기간인 1994∼1996년 희생된 19명의 순교자, 1854년생인 미국의 첫 흑인 사제 아우구스투스 톨튼 신부 등이 포함됐다.



교황청은 전세계 선교 사례를 알리는 코너에 경기도 성남에 '안나의 집'을 세워 노숙인 150만명에게 밥을 제공하고 자립을 도운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 신부, 12년 전 한국에 와 선교하는 스페인 출신 선교사 에스텔 팔마의 수기를 실었다.

또 김대건 신부 등 한국 초기 천주교회의 103위 순교성인의 명단과 주요 인물도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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