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의원 보선 2곳 모두 여당이 졌다(종합2보)
아베 총리, 투표 전날 자민당 후보 유세 지원…"약발 없었다"
자민당 간사장 "결과 겸허히 수용…패인 분석할 것"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올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21일 치러진 2곳의 일본 중의원(하원) 보궐선거가 모두 집권 자민당의 패배로 끝났다.
이에 따라 이번 두 보선에서 최소한 1석을 확보한 뒤 참의원 선거에 임하려던 자민당의 정국 운영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자 대결로 펼쳐진 오사카 12구에선 지역 정당 오사카 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藤田文武·38) 후보의 당선이 이날 오후 10시 30분 현재 사실상 확정됐다.
스포츠 관련 업체 임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지타 후보는 집권 자민당 소속으로 공명당 추천으로 선거에 나선 기타카와 신페이(北川晋平·32) 후보 등 다른 3명을 제치고 첫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또 양자 대결로 치러진 오키나와 3구 보선에선 범야권의 지지를 받은 야라 도모히로(屋良朝博·56) 후보가 자민당의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54) 후보를 따돌렸다.
오사카 12구는 작년 12월 기타가와 도모카쓰(北川知克) 자민당 의원의 별세로, 오키나와 3구는 작년 9월 오키나와 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다마키(玉城) 데니 의원의 사퇴로 그간 공석이었다.
이번 2곳의 중의원 보선은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집권 자민·공명당 연합과 야권이 총력전으로 대응했다.
특히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날 오사카 12구를 직접 찾아 재임 중 추진한 경제활성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여권 후보 지지를 호소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오사카에서는 지난 7일 치러졌던 전반부 통일지방선거에서 오사카부(府) 지사와 오사카 시장 자리를 모두 지역정당인 유신회가 가져가면서 이번 중의원 보선에서 여당 후보의 고전이 예상됐었다.
또 오키나와 보선은 기노완(宜野彎)시의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을 나고(名護)시 헤노코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의 반발 정서가 강하게 형성돼 여권 후보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처음 중의원 배지를 달게 된 야라 후보는 오키나와타임스 논설위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야권 연합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수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2월 현민 투표에서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부지인 헤노코 매립에 반대하는 다수 의견이 표출된 상황에서 야라 후보가 중의원에 진출해 기지 이전에 제동을 걸려는 다마키 지사가 힘을 얻게 됐다.
이번 보선을 앞두고 벌어진 자민당 고위 간부와 정부 관료의 잇따른 실언 논란과 한국의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본 패소 판정도 여권에는 불리한 변수였다.
7월 참의원 의석(정원 242석)의 절반을 바꾸는 중요 정치 이벤트가 임박한 상황에서 여당이 전초전으로 불린 중의원 보선에서 완패함에 따라 아베 총리의 정국 운영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명당(29석)과 연립내각을 이루는 자민당(283석)은 이번 중의원 보선에서 의석을 늘리지 못했지만 두 여당 연합 의석수는 312석으로, 의석 점유율이 67.1%에 달해 여전히 3분의 2를 넘는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는 2012년 12월 이후 '1강 체제'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피로감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보다 정치가가 중요하다고 했다가 경질된 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상(장관)의 잦은 실언으로 상징되는 '1강'의 거만함이 반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제2차 내각을 출범시킨 이후 자민당이 중·참의원 보선에서 패한 것은 부전패로 기록된 2016년의 중의원 교토 3구 보선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여야의 정치 결전의 장이 될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두 곳의 보선 패배와 관련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패인 분석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이날 일본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등을 모아서 뽑는 제19회 후반부 통일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졌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