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이브' LG 고우석 "찬헌이 형 돌아올 때까지 확실하게"
"'임시 마무리'라는 말 들었을 때 '혹시'라고 생각했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LG 트윈스 선수단 모두가 고우석(21)을 '임시 마무리'라고 예상했다.
정작 고우석 자신은 "설마"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류중일 LG 감독은 정찬헌이 허리 통증으로 생긴 마무리 공백을 고우석으로 메우기로 결정했다.
그 첫날, 고우석은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며 화답했다.
고우석은 2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 5-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세이브를 챙겼다.
경기 전 류 감독은 정찬헌을 재활군으로 내려보냈다. 주전 마무리가 이탈한 열흘 이상의 공백을 메울 후보 1순위는 고우석이었다.
프로 첫 세이브를 거두고 만난 고우석은 "어제(20일) 경기가 끝나고서 정찬헌 선배께서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걸 알았다. 팀 선배들이 '이제 우석이가 마무리니까, 얼른 집에 가서 잘 쉬고 오라'고 하셨다. 오늘 경기 전에는 최일언 투수 코치팀이 '9회에 나갈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경기 중 경헌호 투수코치가 고우석에게 "너는 마무리니까, 너무 일찍 준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제야 고우석은 자신이 임시 마무리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조금 늦게 알아차렸지만, 마무리 역할은 확실하게 했다.
고우석은 "감독님, 코치님께서 나를 믿어주셨으니까, 꼭 보답하고 싶었다. 끝내기 패배를 한 적도 있어서 9회에 등판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라며 "'첫 세이브 기회'라는 걸 알고 등판하긴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의식하지는 않았다. (포수) 유강남 선배의 볼 배합에 따라 빠르게 투구 동작에 돌입했고, 야수 선배들의 도움까지 얻어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정찬헌이 이탈하기 전, 고우석은 마무리 바로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을 했다. '구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을 '필승조 요원'으로 분류했다.
고우석은 20일 키움전에서 개인 최고인 시속 155㎞ 직구도 뿌렸다. 그는 "이우찬 선배가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던지면 시속 155㎞까지도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그런데 다시는 시속 155㎞짜리 공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굳이 시속 155㎞를 던지지 않아도 고우석은 이미 '파이어볼러'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 그의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49㎞로, KBO리그 평균 141㎞보다 시속 8㎞나 빠르다.
물론 아직 고우석을 '파이어볼러 마무리'로 부를 수는 없다. 고우석도 "정찬헌 선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잠시 마무리로 뛰는 것이다. 찬헌 선배가 돌아오기 전까지 확실하게 막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고우석이 '미래의 LG 마무리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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