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 대선 1차투표…'국호변경' 쟁점

입력 2019-04-21 17:40
북마케도니아, 대선 1차투표…'국호변경' 쟁점

집권당 후보가 소폭 우위…당선자는 내달 결선투표서 결정될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인접국 그리스와 27년간의 갈등을 풀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2월 마케도니아에서 국호를 변경한 북마케도니아에서 21일(현지시간) 대통령선거 1차투표가 치러졌다.

후보 3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는 국호변경 절차가 마무리된 뒤 실시되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국호변경을 둘러싼 여론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 합의에 따라 나라 이름을 바꿨지만 국민 상당수는 정부가 그리스에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사회민주당(SDSM) 후보 스테보 펜다로브스키(55)가 민족주의 계열의 정당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63)를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호변경을 지렛대로 나토와 EU 가입에 박차를 가해 새 시대를 열자고 역설하는 펜다로브스키 후보가 38%의 지지율을 기록,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33%) 후보에 우세했다.



변호사 출신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는 북마케도니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국호변경이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한 조치이자 헌법 위반이라며 신랄히 비판한다.

북마케도니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 주민을 대변하는 정당 2곳이 지지하는 블레림 레카(59) 후보의 지지율은 12% 정도다.

이들 세 후보 가운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율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마케도니아 대선은 2주 후인 내달 5일로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캐스팅 보트'를 쥔 알바니아계가 나토와 EU 가입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들어 국호변경에 찬성하는 만큼 결선투표에서는 집권당이 지지하는 후보 펜다로브스키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현 대통령인 VMRO-DPMNE 소속의 조르게 이바노브 대통령은 2차례의 임기를 채우고 내달 물러난다.

그가 나라 이름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리스와의 합의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국호변경 절차가 상당 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북마케도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실권자는 아니지만 법안 거부권과 정부 구성 동의권 등의 권한이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조란 자에브 북마케도니아 총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국명을 바꾸는 대신 그리스가 북마케도니아의 EU, 나토 가입을 더는 반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후 양국 정부는 자국 국수주의자의 극렬한 반발 속에 EU와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합의안을 밀어붙여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국호가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자 알렉산더 대왕에 대해 자부심이 큰 그리스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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