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조용히 즐겨야하니 노키즈?"…파인다이닝 쉐프에게 물어보니

입력 2019-04-21 06:00
[SNS 세상] "조용히 즐겨야하니 노키즈?"…파인다이닝 쉐프에게 물어보니

'예스키즈존'으로 새 음식점 준비 중인 '정식당' 임정식 쉐프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노키즈(No Kids) 식당은 아동 차별"이라고 결론을 내린 지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를 동반하지 않은 이용객이 다른 손님과 함께 온 아이 때문에 조용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침해된다"는 주장까지 노키즈존 찬성론에 더해졌다.

그렇다면 수만∼수십만원을 내고 최상급의 요리와 서비스를 즐기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은 '아이 손님'에 대해 어떤 방침을 세우고 있을까. 잔잔히 흐르는 음악 속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일반적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모두 노키즈존을 표방해야 할까.

한국뿐 아니라 파인 다이닝의 격전지 미국 뉴욕에서 성공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임정식 쉐프는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정식당'은 아이의 방문을 막지 않는다. 다만 아이를 동반한 손님은 개방된 다이닝 홀로 꾸며진 2층이 아니라 각각의 독립된 공간(다이닝 룸)이 마련된 3층을 이용하도록 안내할 뿐이다.

임 쉐프는 지난 18일 유선 인터뷰에서 "정식당 초기에는 이런 구분 없이 운영했는데 식당에서 아이가 울거나 하면 파인 다이닝의 특성상 어쩌다 한번 비싼 식사를 하러 오거나 접대 등을 이유로 찾은 손님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나름의 방침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미국 뉴욕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정식(Jungsik)'은 뉴욕 최고의 한식당으로 꼽히며 5년 연속 미쉐린(미슐랭) 2 스타를 받았다. 이 곳도 아이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임 쉐프는 덧붙였다.

외국의 다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아이 손님을 받느냐고 묻자 그는 "레스토랑마다 방침이 달라 일괄적으로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특히 유럽 쪽에는 미쉐린 3 스타를 받은 곳에서도 아이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주 많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5살 아기가 아기 의자에 앉아 파인 다이닝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감동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청담동에 위치한 정식당 건물 1층에 오는 25일 가오픈을 목표로 좀더 캐주얼한 식사 공간인 '정식카페'를 준비 중인데, 이 곳도 어린이를 동반한 이용객의 방문을 환영하는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그는 "레스토랑이 위치한 강남 지역에 의외로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공간이 없는데 오픈을 준비 중인 정식까페는 육아에 지친 이들이 아이를 데리고 찾을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한다. '(아이 때문에) 조금 시끄러우면 어때?'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 쉐프의 부인으로 외식업체 '월향'을 이끄는 이여영 대표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남편의 정식카페 오픈을 알리면서 "당연히 예스키즈존"이라고 강조했다.

"월향 매장 15개를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고가 나거나 컴플레인을 받은 적도 없고 오히려 문제는 늘 어른들에게서 생겼다"고 밝힌 이 대표는 이렇게 질문했다. "외국 친구들의 아이들을 보니 파인 다이닝 식당을 자주 다녀본 애들은 본 것이 있고 학습이 돼서 조용히 밥 먹는 것도 잘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걸 아이한테 가르칠 환경과 기회를 못 주는 것인가?"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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