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경제손실 얼마나…'기후변화 리스크 계산' 박차

입력 2019-04-21 09:27
지구온난화로 경제손실 얼마나…'기후변화 리스크 계산' 박차

금융회사·연준, 고령화·기술혁신 못지않은 경제변수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면서 투자가들과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가뭄, 홍수,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때문에 기간시설과 농작물이 망가지는 피해뿐만 아니라 그런 리스크로 인해 금융시장이 교란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21일 보고서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Getting Physical)를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측정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블랙록은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미국에서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지 지적하고 지방채, 상업용 부동산, 전력시설에 어떤 위협이 존재하는지 기재했다.

이런 작업은 그간 외면하거나 저평가해온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최근 들어 점점 더 자주 현실로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록은 "미국의 허리케인과 산불부터 유럽의 폭염, 일본의 홍수까지 최근 일련의 극단적인 기상 때문에 기후와 관련된 리스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기후변화가 투자 포트폴리오에 분명한 리스크였으나 해수면 상승처럼 서서히 일어나는 악영향 때문에 투자자들이 심각성을 불신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인 웰링턴 매니지먼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과학 연구기관인 우즈홀 리서치센터와 손잡고 블랙록과 비슷한 리스크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틀로 분석할 대상을 미국을 넘어 세계 전체로 확장해갈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필립 더피 우즈홀리서치센터 대표는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난제"라며 "금융시장을 포함한 모든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가할 수 있는 타격을 제대로 측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미국 뉴욕시장,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와 같은 인물들은 대형은행이나 대기업들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측정해 발표하라고 촉구해왔다.

카니 총재는 2017년 6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기후변화 리스크는 실질적으로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사슬이 망가지고 작황이 나빠지며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해 기업들이 가치평가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에 직면했다"며 "일부는 이미 그런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판국"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불신하는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전망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를 인구 고령화,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경제를 바꾸는 주요 축으로 간주하고 쏟아붓는 노력이다.

연준의 리스크 측정 작업은 지역별 특색에 따라 연방준비은행(연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치먼드 연은은 기후변화를 억제하거나 되돌리지 않을 때 발생할 손실을 작년에 계량화했다.

미국의 평균 기온이 현재 예상되는 대로 올라간다면 다음 세기 미국의 경제성장은 3분의 1이나 축소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는 지난 2월 WSJ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자신의 업무와 정부와의 접촉에서 상시로 논의되는 주제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글렌 루드부시 부총재는 최근 '기후변화와 연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응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루드부시 부총재는 "다가오는 수십 년 동안 기후변화, 이를 억제하거나 이에 적응하려는 노력 때문에 미국 경제가 점점 더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악영향, 그와 관련된 리스크는 연준이 거시경제, 금융안정 임무를 수행할 때 심사숙고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을 설정하거나 금융감독 정책을 입안할 때 경제전망이나 금융 리스크 분석에 기후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리스크 때문에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가 커지거나 비상사태를 대비한 예금이 늘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로 제시됐다.

가뭄이나 홍수, 더 강력해지는 태풍 등으로 인한 기간시설 파괴, 흉년,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사슬 변화, 무역량 감소 등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직접적 영향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우려로 지목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2월 상원 토론회에 참석해 기후변화 재난에 대해 "대응계획과 리스크 제어 장치를 가동하라고 은행들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