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 이번엔 각료 부패 추문에 '내홍'
살비니 측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선상…오성운동 "사퇴해야" 압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 문제부터 대형 인프라 공사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안에서 의견 충돌을 빚으며 삐걱거리고 있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이번에는 부패 추문에 휘말린 각료의 처리 방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의 중진 정치인인 아르만도 시리 건설교통부 차관이 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 연정 분열의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시리 차관은 도주 중인 시칠리아의 악명 높은 마피아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와 연계된 풍력발전 분야 사업가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만 유로(약 4천만원)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맹과 함께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혐의의 심각성에 비춰 그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이 문제는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라면서 "그가 내각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시리 차관의 상관인 오성운동 소속의 다닐로 토리넬리 건설교통부 장관도 "혐의가 수사를 통해 명확히 벗겨질 때까지는 직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시리 차관은 "잘못한 게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오성운동 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검찰이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맹을 이끄는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시리 차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살비니 부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시리 차관은 동맹의 대표 공약인 단일세율 도입 등을 입안하고, 북부에 지지세가 국한됐던 동맹이 전략을 바꿔 세력권을 전국으로 넓히도록 함으로써 현재의 지지율 급등세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한편,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동맹은 내달 하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35%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약진이 예상된다.
반면, 작년 3월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창당 9년 만에 최대 정당이 되는 돌풍을 일으킨 오성운동은 최근에는 20% 초반대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유럽의회 선거를 계기로 포퓰리즘 정부 내 권력의 추가 동맹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 이탈리아 정치 지형 전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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