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잡고 국가경쟁력 높인다'…에너지전환에 담긴 뜻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 '25∼40%'→'30∼35%'…석탄발전 과감히 감축
중장기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할듯…국민설득·탈원전논란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19일 공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안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7년 기준 7.6%에서 2040년 30∼35%로 대폭 늘린 것이다.
이런 에너지 전환을 통해 최악의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면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현실적 목표를 담았다는 평가다.
여러 조건과 변수를 따져 목표 범위를 좁힘으로써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한층 구체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된 3차 에기본 워킹그룹 권고안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5∼40%로 제시했다. 40%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40년 세계 평균치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는 그러나 작년말과 올해초 3차례의 공개 설명회를 가진 끝에 3차 에기본 권고안을 다시 30∼35%로 범위를 좁혀 정부에 제출했고, 이는 그대로 이번 산업부안에 반영됐다.
당초 워킹그룹안보다 하한선은 5%포인트 상향된 대신 상한선은 5%포인트 하향된 셈이다.
앞서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0%로 정한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10년 후인 2040년 목표는 '과감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TF 소속 한 전문가는 "신재생 에너지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도전적으로 하한선을 높인 대신에 상한선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해 40%에서 35%로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전문가 그룹의 조정안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그대로 수용했다"고 했다.
산업부안의 하한선 30%는 2040년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이 수력을 제외했을 경우 28.6%로 예상된다는 점과 작년 태양광 보급이 목표보다 초과 달성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담겨있다.
반면 상한선 35%에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송배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와 백업시설도 늘려야 하는데 관련 비용이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실려있다.
여기에 햇볕이 쨍쨍 비치거나 바람이 세게 불 때만 발전을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태양광 설비와 풍력발전기에 대한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했을 때 40% 달성 가능성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산업부는 향후 20년에 걸쳐 재생에너지 비중을 이처럼 늘림으로써 지속가능한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다양화)를 실현하는 한편으로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온실가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감축해나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석탄발전의 구체적인 감축목표는 올해 말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시된다.
2017년에 수립한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석탄발전 비중은 36.1%가 목표였으나 9차 계획에서는 이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설비측면에서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고 노후 석탄발전소는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석탄보다 청정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더 늘리는 '환경급전'도 도입하게 된다.
미세먼지 사태를 겪은 정치권도 석탄발전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반대 진영에서는 재생에너지 20% 목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발전량 기준으로 석탄 41.9%, 원전 23.4%, LNG 26.8%인 상황에서 석탄과 원전 같은 안정적인 기저발전을 대폭 줄이는 대신 한 자릿수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를 이처럼 급격히 끌어올린다는 것은 과도할 뿐더러 전력계통의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확산 추세인데다 태양광 패널 단가도 빠르게 떨어지고 효율도 좋아지고 있어 목표 달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다.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2030년까지 10.9%로 전망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강화와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은 추가 인상요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 발전 비중과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연말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밝힐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TF 한 전문가는 "현재 한전이 적자인 사유중 하나는 탄소배출거래제에 따른 비용 상승을 국민에게 제대로 부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3, 4년은 전기요금 인상이 없겠지만 최근 미세먼지 사태에서 보듯 국민도 깨끗한 환경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중장기적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정부가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에기본 정부안의 확정은 다소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 초에 확정될 예정이었던 정부안은 이날 공청회 이후에도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어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국회 보고 일정까지 감안하면 오는 6월께나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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