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다양성 연구 '국제화'·'대형화' 추세"
미생물학회 60주년 학술대회 열려
(제주=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맨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세균부터 아프리카대륙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코끼리까지. 크기도 형태도 다양한 생물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현재 생물의 계통은 생물학자 칼 우즈의 제안에 따라 세균(Bacteria)·고균(Archaea·고세균)·진핵생물(Eukarya)의 3개 영역으로 나눈다. 수십년간 학계에서 거의 '정설'이 돼가던 칼 우즈의 '3역(Domain) 분류체계'는 최근 다시 도전을 받고 있다.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1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학술대회에서 "최근 생물을 두 도메인으로 나누는 '2역 가설'이 나와,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칼 우즈의 3역 분류체계는 배양되는 생물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우즈가 이 분류체계를 처음 제안했던 1970년대만 해도 수작업으로 배양한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미생물을 배양하지 않고 환경에서 얻은 유전체(유전정보 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기법의 도움으로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게 됐다. 메타지노믹스는 자연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미생물은 현재의 기술로 배양이 안 된다"며 새로 탐구할 영역이 방대함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메타지노믹스를 이용해 미생물의 다양성을 연구하려는 시도는 국제화·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유전체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고, 사회적인 영향이 큰 만큼 많은 과학자가 참여하는 것이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돌며 미생물의 유전체를 연구한 '타라오션'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미국 에너지부 조인트게놈연구소(DOE JGI)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유전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분석하는 '원핵생물 슈퍼 프로그램'(Prokaryotic Super Program)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발견된 유용 미생물과 새로운 유전자를 실생활에 이용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나 항생제 등이 모두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서 왔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미생물 유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또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바이오벤처도 대거 설립되고 있다"며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를 비롯해 국내에는 천랩, 지놈앤컴퍼니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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