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흉기난동이 과도한 피해망상 탓?…계획범죄 정황 속속
목 등 급소 노린 잔혹함도…경찰 "휴대전화 분석 등 범행 전 행적도 조사"
(진주=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을 부린 40대 남성이 평소 이웃 등을 향한 과도한 피해망상 탓에 분노를 표출해온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이 도구를 준비해 범행한 점 등에 미루어 계획범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계획범행 정황…"모두가 한통속으로 시비" / 연합뉴스 (Yonhapnews)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살인 등 혐의를 받는 안모(42)씨에 대해 현재까지 진행한 1차례 조사와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심리면담을 통해 안 씨의 피해망상이 상당 기간 지속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기록 등으로 공식 확인한 안 씨의 정신질환 병력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보호관찰을 명령받은 판결문을 보면 안 씨에게 편집형 정신분열증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안 씨는 2015년 1월부터는 조현병으로 모 정신병원에 다녔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해당 병원은 2016년 8월부터 가지 않았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 이후에도 안 씨가 다른 병원에서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안 씨는 본인이 현재까지 살던 아파트에 2015년 12월 입주한 이후 최소 2018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웃과의 마찰로 6차례 신고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아파트 밖에서의 폭행 및 둔기 위협을 동반한 폭행으로 신고된 경우도 2건 있었다.
경찰은 신고 대부분이 "누군가가 집에 벌레와 쓰레기를 투척했다"는 등 이웃을 향한 안 씨의 피해망상 탓에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과거 병력과 안 씨를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있다는 가족 진술을 고려해 프로파일러 면담 등을 실시하며 안 씨의 현재 정신상태 확인에도 주력하고 있다.
안 씨는 체포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계속 당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거나 "위해 세력이 많아 가만있으면 자기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방어에 나선 것"이라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그러나 이런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계획범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실제 이번 범행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피해망상에 따른 분노가 쌓여 계획적으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불을 지르기 위해 휘발유를 사 온 점, 대피하는 주민들의 목 등 급소를 노려 잔혹하게 범행한 점 등을 토대로 안 씨에게 인지·분별 능력이 있고 범행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례상 흉기로 목을 찌르는 행위는 살인의 고의로 인정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안 씨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한편 주변인들을 상대로 한 탐문 수사를 이어가며 안 씨의 범행 직전 행적 확인에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 씨가 홧김에 불을 질렀다는 등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이날 안 씨가 구속된 만큼 범행 동기 규명을 위한 보강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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