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화학요법 안 듣는 이유 알아냈다

입력 2019-04-18 17:04
삼중음성유방암, 화학요법 안 듣는 이유 알아냈다

美 MD 앤더슨 암센터 연구진, '에너지 대사' 분자 경로 지목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올해 미국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는 여성이 약 26만8천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15~20%는 상대적으로 전이성이 높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일 것으로 미국 암학회(ACS)는 전망한다.

보통 TNBC 환자는 종양 절제 수술 전에 신보강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 치료를 받는다. 가능한 한 종양을 작게 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TNBC 환자의 약 절반은 이 화학요법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는 수술 후 암이 재발해 사망할 위험이 훨씬 크다.

그런데 TNBC 세포는 일시적으로 특정 분자 경로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화학치료 내성을 갖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화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 TNBC에 새로운 약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대학 MD 앤더슨 암센터의 헬렌 피니카-웜스 실험 방사선 종양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신(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TNBC에 화학요법 내성이 생기는 이유를 찾기 위해 '환자 유래 이종이식(PDXs)' 기술로 TNBC를 갖게 한 생쥐를 실험 모델로 정했다.

암세포 샘플은, MD 앤더슨 암센터의 '브레스트 캔서 문 숏스(Breast Cancer Moon Shots)'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아르테미스 임상시험'의 등록 환자들로부터 채취했다. 이들 환자는 화학요법 전후에 각각 조직검사를 받아 이번 연구에 적합했다.

연구팀은 화학요법에 반응하다가 내성이 생긴 뒤 종양이 다시 커지는 일부 PDX 생쥐를 가려냈다. 그런데 화학요법을 중단했더니 살아남은 암 종양은 다시 약물에 민감해졌다. 이는 암세포의 약물 내성이 일시적인 것임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화학요법이 진행되는 동안 암세포는 분명히 유전자 변화를 보였는데, 내성이 생겨 성장을 재개한 종양은 치료 이전과 비슷했다. 이른바 '종양 이질성(tumor heterogeneity)'이 치료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종양 이질성은, 암이 진행되면서 종양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것을 말하는데 TNBC와 같은 전이성 암 치료에 큰 장애가 된다.

연구팀은 또 암세포의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겼을 때 활성화되는 분자 경로들을 찾았다. 그런데 화학요법을 중단하면 이들 경로는 다시 비활성 상태로 돌아갔다. 이런 분자 경로의 변화는 암세포 샘플의 조직검사에서 거듭해서 확인됐다.

연구팀이 발견한 사실 중 TNBC의 새로운 약제 표적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TNBC 세포가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산화성 인산화 반응(oxidative phosphorylation)'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분자 경로는, MD 앤더슨 암센터가 개발한 암치료제 IACS-10759와 표적이 똑같다.

피니카-웜스 교수는 "어떻게 삼중음성유방암이 화합요법을 견뎌내는지 더 잘 이해하고, 완치가 가능한 복합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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