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지에서 700㎞ 떨어진 러시아 마을에 출현한 북극곰
지친 모습으로 먹이 찾아 서성거려…헬기로 돌려보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북극곰 한 마리가 자신의 서식지로부터 약 700㎞ 떨어진 러시아 극동의 한 마을에서 발견됐다.
환경론자들은 이를 두고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친 모습의 북극곰 한 마리가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마을에서 먹이를 찾아 서성거리는 모습이 발견돼 주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곰은 이 마을에서 북쪽으로 약 700㎞ 떨어진 서식지 추코트카를 떠난 것이 분명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환경론자들은 이 곰은 유빙 위에서 표류하는 동안 방향 감각을 잃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 활동가인 블라디미르 추프로프는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이 더 따뜻해지면서 먹이를 잡아먹을 환경은 더 좁아지고 접근하기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곰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들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은 북극곰의 급작스러운 출현에 먹이를 주며 돌보는 모습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온라인 영상에 따르면 그 북극곰은 공격할 조짐 없이 주민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캄차카 당국은 이번 주 후반 진정제를 이용, 북극곰을 잠들게 한 뒤 헬기로 원래 서식지로 되돌려보낼 예정이다.
해빙에 크게 의존하는 북극곰의 성향은 그들을 지구온난화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북극곰이 주로 잡아먹고 사는 물개를 빼앗아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북극곰이 마을로 출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러시아 외딴 도서 지역인 북극해 인근 노바야 제믈랴 제도의 한 주택가에 굶주린 북극곰 50여 마리가 나타났고, 이중 약 10마리는 아예 눌러앉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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