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땅 절반, 인구의 1% 미만이 소유"
귀족·기업이 최대 소유자들…"부와 권력관련 귀족 지위 그대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내 잉글랜드 땅의 절반은 그곳 인구의 채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잉글랜드의 면적은 약 13만㎢로 남한의 1.3배며, 영국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작가 가이 시럽솔이 낸 신간 '누가 잉글랜드를 소유하나'(Who Owns England?)를 인용, 잉글랜드 땅의 절반을 대체로 귀족과 기업을 포함해 약 2만5천의 소유자가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가 시럽솔은 정보공개법 및 다른 방법을 통해 얻은 공공 지도와 데이터 등을 다방면으로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시럽솔은 이번 결과는 수 세기 동안 바뀌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나 많은 땅이 아주 소수의 사람 손에 있는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땅 소유자들에는 버클루 공(duke of buccleuch)과 여왕, 기업인 제임스 다이슨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시럽솔은 귀족과 상류층이 여전히 잉글랜드 땅의 약 30%를, 기업들이 18%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왕실은 1.4%를 소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단지 전체 땅의 5%만을 소유하고 있다. 중앙 및 지방정부, 대학 등 공공부문이 소유한 것은 8%다.
가디언은 토지는 오랫동안 소수의 손에 집중돼 있었지만, 그 소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는 접근이 지독히 어려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도와 자료의 디지털화와 함께 활동가들의 캠페인을 통해 놀라운 내용의 통계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노동당 소속의 존 트리켓 의원은 "토지 소유권의 트라마틱한 집중은 우리 나라가 다수가 아닌 소수의 나라라는 걸 분명히 깨우쳐주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요구했다.
트리켓 의원은 또 "귀족이 수 세기 동안 같은 토지를 소유하고 대기업이 현지 지역민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땅은 부의 원천으로 주택값에 영향을 주고, 식량의 원천으로 수백만명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의 책임 이코노미스트인 케리스 로버츠도 충격적인 결과라며 "우리가 계급 구조가 바뀌어 귀족이 과거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결과는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에 관해 귀족 사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로버츠는 또 공공 토지의 매각은 그 땅에 대한 공공의 민주주의적 통제를 잃게 해 예컨대 주택 공급 혹은 환경 개선과 같은 쪽으로 더는 이용할 수 없게 한다며 "해당 토지에 대해 최선의 사회적 활용을 불가능하게 한다"라고 덧붙였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