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소속 40대 이스탄불 시장, 단숨에 에르도안 대항마 부상
이마모을루, 불리한 여건서 집권당 '2인자'에 승리
중도·실용주의 노선…"경제위기 속 대안으로 인식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집권당의 끈질긴 재개표 요구에도 승리를 지켜낸 야당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는 이스탄불 광역시장에 당선되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적할 신성(新星)으로 부상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이마모을루 신임 이스탄불 시장은 신인에 가깝다.
흑해 지역 트라브존에서 소규모 건설업을 운영하는 집안 출신인 이마모을루는 이스탄불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의 중도성향과 유연한 정책은 이러한 성장·교육 배경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탄불 광역시장 후보가 되기 전 이스탄불 서부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이마모을루는 진영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우수한 구정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마모을루가 있는 곳에 해결책이 있다'는 그의 선거 슬로건은 이러한 그의 탈(脫)이념·실용주의 접근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마모을루의 승리는 인물난과 반복된 패배로 침체에 빠진 터키 야권에 희망의 근거이자, 세대교체 신호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이스탄불 광역시장 후보로 당의 '2인자'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를 내세우고, 선거운동 기간에 여러 차례 이스탄불을 찾으며 특별히 공을 들였다.
선거운동 기간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압도적 물량 공세가 이어지고 집권당에 편파적으로 우호적인 언론 환경이 조성됐다.
대부분의 조사기관과 정치평론가들은 이을드름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이마모을루는 이러한 불리한 환경과 비관적 전망에도 AKP의 아성을 깼다.
그가 소속된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은 냉소주의와 정치 무관심에 빠진 진보 진영과 젊은 세대의 지지를 결속하고 다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1994년 당시 정치 신인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터키 정치의 중심인물로 발돋움했다.
이스탄불의 기업인 외메르 첼리크는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이마모을루의 친기업·중도 이미지는 그의 강점"이라면서 "최근 경제정책에 실망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AKP에 등을 돌리고 그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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