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화마 속에서 가시 면류관 구해낸 사제

입력 2019-04-17 11:56
수정 2019-04-17 16:05
노트르담 화마 속에서 가시 면류관 구해낸 사제

소방대 소속 푸르니에 신부, 성물 구하는 데 앞장

소방대원들도 유물 보호에 헌신…전문가 "예술품 5∼10% 훼손됐을 수"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시뻘겋게 타오르는 화염 속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로 들어가 귀중한 유물을 구해낸 '영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전날 큰불이 발생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안에는 예수가 쓴 것으로 알려진 가시 면류관을 비롯해 성 십자가, 십자가에 박혔던 못, 루이 9세가 입었던 튜닉(상의) 등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한 유물이 보관돼 있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화염 속 유물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던 위급한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인간 사슬'을 만들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인간 사슬 제일 앞에는 파리 소방서 사제로 복무 중이던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가 있었다.

필리프 구종 파리 15구역 구청장은 푸르니에 신부가 그의 동료 소방대원들과 함께 불타는 대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에티엔 로렐레르 KTO 가톨릭 TV 네트워크의 편집인은 푸르니에 신부가 가시면류관을 비롯한 다른 유물을 구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WP에 말했다.

다른 응급 요원들도 푸르니에 신부가 성물을 꺼내오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며 진정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WP에 따르면 푸르니에 신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목으로 복무했으며,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파리 연쇄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 테러 생존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화재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에는 성주간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다른 소방대원들은 대성당의 종탑을 지켜내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이 이는 탑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게는 종탑을 지키지 못하면 대성당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종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가브리엘 플뤼스 파리 소방대 중령은 "대부분의 경우 파리 소방대원들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지만 이번에는 유물 중 어떤 것을 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한 소방대원은 "우선순위는 대성당 지붕을 안정시키고 예술품과 모든 물건을 꺼내는 것이었다"며 대원들이 "그것을 모두 손으로 직접 가지고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화염을 피한 성물과 유물 일부는 현재 파리시청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으며, 곧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송될 계획이다.

소피 그랑지 루브르 박물관 대변인은 WP에 얼마나 많은 유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지는 미정이라며, 8천 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15세기 오르간 등 이동하기 어려운 유물은 현장에서 손상 정도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96m 높이의 첨탑과 목조 지붕이 붕괴하는 등 대성당의 적지 않은 유물이 전소되거나 훼손됐다.

첨탑의 일부였던 성녀 주느비에브와 성인 드니의 유물 일부도 소실된 것으로 추측된다.

막심 큐뮤넬 '종교유산 관측소'(Observatory for Religious Heritage) 사무총장은 "우리는 완전한 재앙을 피했다"면서도 이번 화재로 "아마도 (대성당 내) 예술품의 5∼10%는 훼손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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