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아파트'로 변했다…'묻지마 칼부림'에 곳곳 핏자국(종합)
진주 방화·흉기 난동 아파트 참혹, 넋 잃은 주민들 충격
(진주=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계단에 주민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피가 흥건한 바닥을 밟고 오들오들 떨면서 가족들과 밖으로 겨우 나왔습니다"
17일 40대의 방화 난동 사건으로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친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정모(48)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정 씨는 이날 새벽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에서 요란한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가족들을 서둘러 깨워 옷만 대충 입고 모두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9층에서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해 4층 복도 계단에 도착하는 순간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보였다.
정 씨는 "큰 아이가 동생을 업고 밖으로 내려왔는데 지금도 사건 당시 충격으로 떨고 있다"며 "만약 경찰과 대치 전에 계단으로 내려왔더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몸을 벌벌 떨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장은 공포 분위기가 여전했다.
사건 현장인 303동 출입구를 비롯해 외부 주차장 등 바닥 곳곳에는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흘린 주민들의 혈흔이 곳곳에 낭자했다.
화재를 진압한 후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로 제거했지만, 아직 곳곳에 피해 주민의 핏자국이 종이 박스 등으로 엉성하게 덮여 있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대부분 화재 직후 울린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긴급하게 대피하려던 4∼5층 주민들이 다수 흉기에 찔렸다고 증언했다.
아파트 경비원 권모(73) 씨는 "화재경보기가 울려 잠에서 깬 후 관리실로 달려가 상황을 전파했다"며 "다시 303동으로 달려가니 주민 한명이 도로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고 아파트 입구에도 2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에서 현장으로 달려간 경비원 강모(62) 씨는 "연기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살려달라고 피를 흘리는 주민 모습이 곳곳에 있어 너무 참혹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김모(54) 씨는 "303동 아파트가 연기에 휩싸인 후 주민들의 비명이 가득했다"며 "이후 피를 흘린 주민이 보였는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고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현장 맞은편 동에 사는 주민 최모(72) 씨는 "새벽에 커피를 마시려고 아파트 마트로 갔는데 고함과 비명이 뒤섞여 나면서 303동 아파트에 불이 났다"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곧 소방차가 출동했다"고 말했다.
303동에 사는 주민 2명은 넋을 잃은 채 아파트 바깥에서 사건 현장을 바라봤다.
이 아파트는 10층짜리 복도식 임대 아파트로 승강기와 복도 출입구가 한 곳 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303동 아파트는 15평, 20평짜리 2개 구조가 함께 있다.
A씨는 불을 지른 4층 복도식 계단 등을 오가며 대피하던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A씨가 방화한 후 인근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 2명과 15분가량 대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현장을 통제 중이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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