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옥죄는 트럼프…"쿠바 내 외국기업 상대 소송 허용"
'헬름스 버튼 법' 발동…몰수자산으로 이익 취한 외국기업에 소송 가능
줄소송 예상…쿠바 진출한 캐나다·유럽 기업 반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쿠바 옥죄기'가 가속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60년 전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권에 자산을 빼앗긴 미국인이 이 자산으로 수익을 낸 외국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96년 통과된 '헬름스 버튼 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법안 통과 이후 23년 동안 전직 미국 대통령들은 법안의 파장을 우려해 6개월 단위로 발동을 유예해왔는데 전 정부와 달리 쿠바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트럼프 정부는 법안 발동을 더는 유예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쿠바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지지하는 데 대한 일종의 징계 성격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 이러한 결정을 설명하면서,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까지 이른바 '폭정의 트로이카'에 대한 추가 제재도 발표한다고 전했다.
헬름스 버튼 법이 발동되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법은 1959년 쿠바 공산혁명 이후 쿠바 정부에 몰수된 자산을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마련됐다. 당시 쿠바 정부에 자산을 빼앗긴 미국인이나 이후 미국 시민이 된 쿠바 이민자들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소송 대상은 쿠바에 진출한 호텔, 항공, 담배업체 등 여러 외국기업이다.
로이터는 법안이 발동되면 쿠바에서 사업을 하는 캐나다와 유럽 기업을 상대로 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줄소송이 미국 법원에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쿠바에 대규모로 투자한 국가들은 1996년 법안 통과 이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해왔다. 실제로 소송이 이어지면 미국과 이들 국가간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쿠바 주재 유럽연합(EU) 대사인 알베르토 나바로는 AP통신에 "쿠바에 대한 미국의 무역제재를 역외에도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지난 60년간 쿠바 봉쇄의 결과는 쿠바 국민이 받은 고통뿐"이라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권에서 이뤄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쿠바 투자를 시작한 일부 미국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쿠바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13일 "미국이 헬름스 버튼 법을 발동해 위태로운 미국·쿠바 관계를 최악의 수준을 몰아가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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