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떨어지는 유성체가 표면 아래 물 수증기로 날려보내
달 탐사선 '래디' 외기권 물 분자 관측자료 통해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달에 떨어지는 작은 유성체가 태곳적부터 표면 아래에 저장돼 온 귀중한 물을 수증기로 날려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지구에서는 유성체가 대기 마찰로 불타 사라지며 유성우를 만들지만, 달에서는 표면에 그대로 충돌하면서 바싹 마른 토양 아래에 있던 물 분자를 비산시켜 순간적으로 간헐천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행성과학자 메흐디 베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달 궤도를 돌며 약한 대기인 외기권(外氣圈)의 구조와 성분을 관측한 탐사선 '래디(LADEE)'의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유성체 충돌이 달의 물을 증발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실제 자료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자료를 검토한 기간에 외기권의 물 분자가 이례적으로 높게 관측된 것은 총 33차례에 달한다. 이 중 29차례가 기존에 알려졌던 유성체 흐름과 일치했으며, 나머지 4차례도 이전에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유성체 흐름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달에 떨어지는 유성체가 0.15g 이상이면 거죽의 바싹 마른 토양을 8㎝가량 뚫고 들어가 함수층에서 얼음 형태로 토양 알갱이와 돌 등에 붙어있는 물을 튀어 오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YNAPHOTO path='AKR20190416147700009_04_i.gif' id='AKR20190416147700009_0801' title='유성체 충돌 및 물 분자 비산 과정 ' caption='[NASA/Goddard/Dan Gallagher 제공]'/>
이 함수층은 질척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200~500ppm의 물을 갖고 있어 1t을 쥐어짜면 0.5ℓ 물병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베나 박사는 "이는 결코 많은 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물은 물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물이 유성체가 갖고 있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면서 달이 형성될 때부터 많은 양의 물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팀은 유성체의 충돌로 외기권으로 물 분자가 비산하면 이 중 3분의 2가 우주로 증발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달 표면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달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잃는 물이 연간 2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달 곳곳에 물이 분포해 있으며 수십억년 전부터 존재해 왔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달에 물(H₂O) 또는 물로 변환될 수 있는 수산기(水酸基·OH)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나 물이 얼마나 분포하고 언제부터 존재해 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달의 물은 달에서의 장기 임무 수행과 심(深)우주 탐사 활동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베나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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