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을 묻다] ⑥ 외지인 취급하던 고향과 '부농' 꿈꾼다…화순 최해성씨
마을 생산 농산물로 천연 발효식품 생산…"눈높이 맞추고 먼저 이해해야"
(화순=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70대 고령의 노인 44명이 사는 산골 마을인 전남 화순군 동면 오곡발효마을.
산자락에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발효식품을 만드는 자그마한 공장이 있다.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해 식초, 된장, 간장, 막걸리 등 천연 발효식품을 만드는 곳이다.
발효 마을을 만든 이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해성(62)씨.
최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녔지만 이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T에서 30년간 일하면서 고향과는 멀어졌다.
2009년 퇴직한 그는 홀로 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고향을 다시 찾았다.
단순 농사만으로 소득을 높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농업기술센터를 찾았고 그곳에서 천연 발효 기술을 접하게 됐다.
비만, 당뇨 등 성인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고 장의 운동을 돕는 발효식품의 장점에 눈을 떴다.
최씨는 많은 실패와 연구를 통해 13종에 이르는 천연 발효 식품을 개발·가공·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장애물이 등장했다.
발효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통 항아리 속에서 4번의 발효, 1년의 숙성 과정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만큼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귀농 초기에는 고향 사람이라고 마을 사람으로 순순히 받아들여 주지 않았고, 최씨도 부모뻘인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아 도움을 청하기가 곤혹스러웠다.
30년 넘게 도시에서만 살았고 농사도 지어보지 않은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어색하고 낯선 존재였다.
특히 팔고 남은 농산물은 자식들에게 주기만 했던 마을 노인들에게 농산물을 이용해 발효식품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그의 아이디어는 번거롭고 생소했다.
최씨는 마을 어르신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다.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한 뒤 함께 일도 하자며 일당 지급까지 제시했다.
반신반의하던 마을 노인들은 농산물도 팔 수 있고 소일거리 용돈 벌이도 될 수 있다는 '고향사람' 최씨의 제안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발효식품 생산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2년 이상 숙성·발효된 식품만을 생산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용 상품까지 개발해 천연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4년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받고 2016년 이후에는 연간 5t 판매에 3억원의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고향에서 외지인 취급을 받던 최씨는 지금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득을 창출하고 마을에 활력까지 불어넣는 어엿한 귀농인이 됐다.
최씨는 귀농 전 정착하려는 마을에 대한 깊은 공부와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웃 눈치 안 봐도 상관없는 은퇴 마을과 귀농귀촌은 완전히 다르다"며 "원주민들과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씨는 "다양한 발효식품을 개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판매해 마을 소득을 높이고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루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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