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옛 기지촌 '빼벌마을' 토지 분쟁 15년 만에 해결

입력 2019-04-16 10:13
의정부 옛 기지촌 '빼벌마을' 토지 분쟁 15년 만에 해결

종중, 주민들에게 매각키로 결정…묘역 반경 50m 제외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도 의정부지역 옛 기지촌인 '빼벌마을'의 땅 주인과 주민 간 분쟁이 15년 만에 해결됐다.

땅을 빌려 쓰던 주민들이 쫓겨날 위기를 맞았으나 땅 주인인 전주이씨 선성군파 명산종중이 주민들에게 땅을 팔기로 결정했다. 이 마을 130가구 중 110가구가 해당한다.



16일 의정부빼벌발전협의회 등에 따르면 빼벌마을은 1960년대 미군 캠프 스탠리 주둔으로 상점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형성된 기지촌이다.

이 중 3만3천㎡가 전주이씨 선성군파 명산종중 땅인데 주민들이 빌려 사용했다.

종중과 땅을 사용할 권리(지상권)가 있는 주민 간 분쟁은 2003년 시작됐다. 임대료 인상이 문제였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돼 땅값이 올랐고, 종중은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자 임대료를 2배로 올렸다.

그러나 빼벌마을은 미군 수가 줄면서 급속도로 쇠퇴했고 주민들은 오른 임대료를 낼 수 없었다. 의정부시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임대료 분쟁은 소송으로 이어져 종중이 승소했고 판결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 임대 계약이 만료됐다.

쫓겨날 위기를 맞은 주민들은 2013년 협의회를 구성해 땅을 사기로 했지만, 종중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의회는 수십차례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 종중은 지난해 계약 만료 전 감정가에 땅을 팔기로 했다. 다만 종중 묘역 반경 50m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자 종중은 땅값의 50%를 1년간 유예하면서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도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문화창조복합도시·법조타운 조성 등 호재도 불구하고 종중이 땅을 팔아 주민들이 계속 살 수 있게 됐다"며 "종중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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