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17일 대선 돌입…'서민 VS 엘리트' 5년 만에 재대결

입력 2019-04-16 12:14
인도네시아 17일 대선 돌입…'서민 VS 엘리트' 5년 만에 재대결

조코위. 여론조사서 크게 앞서지만, 부동층 등 변수 많아

"득표율 격차 적으면 선거 불복·소요사태 발생 우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차기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재선에 도전하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과 군 장성 출신 정치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 당) 총재의 양자 대결로 진행된다.

각각 서민과 엘리트를 대변하는 두 정치인은 2014년 대선에서도 맞붙어 접전을 벌였다. 당시에는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가 6.2%포인트 차로 프라보워 후보를 누르고 승리해 군부나 기성 정치권 출신이 아닌 첫 대통령이 됐다.

17일 치러지는 2019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5년 전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여겨진다.

인도네시아 영문 매체인 자카르타포스트의 엔디 M. 바유니 주필은 최근 일본 닛케이 아시안리뷰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통령제에서 현직 대통령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유권자들의 전형적 질문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5년 전 대선 공약이었던 연평균 7% 성장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악재 속에서도 연간 5% 이상의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 자체로 높게 평가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울러, 그의 재임 기간 인도네시아의 빈곤율은 역대 최저치인 10% 미만으로 내려왔고, 실업률도 5.6% 수준으로 낮아졌다.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아 온 열악한 도로와 항만, 전력 등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한 것도 중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노동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농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보편적 의료보장 제도와 무상교육을 도입하고 빈곤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확대한 조처는 중산층과 빈곤층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엔디 주필은 "조코위 대통령의 치세는 잘못된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적 지향점에선 큰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은 49∼58%로 프라보워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민과 공장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은 조코위 대통령을, 공무원과 교사 등 엘리트 계층은 프라보워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는 조코위 대통령은 중부 자바의 빈민가 출신이고, 프라보워 후보는 수하르토 정권의 경제정책 틀을 짠 아버지를 둔 대표적 명문가 출신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조코위 대통령의 낙승을 점치기는 이르다.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의 비율이 높은 데다, 무슬림 과격파의 지지를 받는 프라보워 후보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숨기는 이른바 '샤이 프라보워'(잠재적 야권 지지층)가 상당수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다면 야권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나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라보워 후보 진영은 작년부터 꾸준히 부정선거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정치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이가 크지 않으면 개표 조작 등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2014년 대선에서도 조코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자카르타 시내에서 열린 프라보워 후보의 대규모 선거유세에는 수십만명의 지지자가 몰려 세력을 과시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 패배 가능성에 위기의식을 느낀 조코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수일간 세계 각지에서 진행된 해외투표에서 투표소 앞 대기행렬이 수백m씩 이어지는 등 인도네시아 국민은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학(UIN) 교수인 안선근 박사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조코위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득표율 격차가 2∼3%포인트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이 경우 야권 지지자들이 중국계 등을 겨냥해 소요사태를 벌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교민과 방문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대선은 17일 총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약 1억9천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할 이번 선거는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는 투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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